세르게이 브린 현장 인터뷰(번역)

인터뷰 중인 세르게이 브린(뒤는 여자친구)
인터뷰 중인 세르게이 브린(뒤는 여자친구)

3월 12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3번째 대국이 끝난 후 호텔을 빠져나가는 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창업자)를 붙잡고 인터뷰했다. 조용히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언제 또 이런 거물을 인터뷰하나 싶어서 무작정 길을 막고 물어봤다. 의외로 친절하게 답을 해주더라. 대화하고 있으니 외국 기자들이 끼어들고 조금 뒤부터 한국 기자들도 몇 명 참여해 미니 기자회견이 되었다.

아래는 문답 내용 번역. 급하게 번역한 것이라 생략한 내용도 많다. 동영상은 페이스북 내 타임라인에 올려놨다.(용량이 너무 커서 이 블로그에는 안 올라간다.) 참고로 세르게이 브린과 동행한 여성은 스탠포드 로스쿨 겸임교수이자 브린의 여자친구이 마틴 셰넌이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아래 링크를 눌러 페이스북으로 이동하면 된다.

[세르게이 브린 / 구글 공동창업자]
(- 기자, = 세르게이 브린)

– 안녕하세요 브린 씨.
= (끄덕)

–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했나요 그러니까..
= 뭐라고요?

– 경기 전에 알파고가 이길 거라고 예상했나요?
= 음… 우리는 몰랐어요. 알 방법이 없었지요. 알파고를 지금처럼 이렇게 테스트 할만큼 재능있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아니니까요.

– 어느 시점에 한국에 와야겠다고 결심했나요?
= 여기 오기로 계획한 건 좀 됐어요, 아마 한 달쯤 됐을 겁니다, 제가 이 경기가 열릴 걸 알게 된 시점이었죠.

– 10년 후 인공지능에 대해 잠깐 말해주신다면
= 10년은 참 긴 시간이죠. 지난 2년 동안 엄청난 진보가 있었습니다, 알파고는 하나의 예일 뿐이고요, 저는 이제 이 도구들은 정말 좋은 용도로 쓰는 게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 예를 든다면요?
= 의료는 아주 중요한 분야고요, 여러분은 데미스 (허사비스)에게 물어볼 수 있을 겁니다. 데미스가 훨씬 더 이 분야를 잘 아니까요. 딥마인드 팀 뿐만 아니라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에서 우리가 거느리고 있는 다른 많은 딥러닝팀들이 많은 영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내가 대학원생일 때는 인터넷이 컴퓨터 분야에서 아주 흥미로운 것이었죠. 그러나 요즘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아주 흥미로운 것은 인공지능, 딥러닝입니다. 우리가 매년 지켜보는 발전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정도이죠. (인공지능) 필드에 있는 것이 엄청나게 흥미로운 시점이죠. 열심히 일한 모두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 저 좀 소개해도 될까요? AGA[전미 바둑협회] 회장입니다
= 아 그러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 질문 한 가지 더요.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괴물같은 짓을 못하게 막는 방법 같은 것이요. (하하) 예를 들어 무의식을 가지고 사람을 통제하려 하는 ‘강한 인공지능’ 같은 것이요.
= 우리가 이 알고리즘을 디자인하고 가르치면서 특별히 신경쓰는 것은 뭔가 다른 짓을 못하게 하는 겁니다. 알파고는 그저 바둑을 두도록 훈련을 받았고, 바둑에서 이길 수 있는 수순을 생산하도록 되어있고, 자유의지나 그런 것들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에게 영감을 받은 몇 가지 테크닉은 구사하지만, 바둑이라는 아름다운 일이 알파고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 언젠가 바둑 다시 둘 건가요?
= 음… 네. 저는 바둑 두는 거 좋아해요. 내가 마지막으로 바둑 둔 게 언제더라… 장난삼아 9X9 바둑은 최근에 둔적 있어요.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요, 알파고 때문에 요즘 가족이랑 친구들한테 질문을 많이 받으니까요. 뭐 한 번 해보는 건 어렵지 않죠. 아마도요.

– 서울에 언제까지 계실 건가요?
= 이틀 밖에 못 있어요.

– 마지막 경기 볼 건가요?
– (알파고의 승리가) 인간이 달에서 걸은 것과 비견될만한 것인가요?
= 제 생각에 이번 승리는 드라마틱한 발전의 마지막 단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이미지 프로세스나 발화 매커니즘 같은 딥러닝의 온갖 영역에서 큰 성공을 거뒀거든요. 한편으로는 이번 승리로 많은 다른 영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딥러닝이 아주 많은 영역에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5번째 대국은 안 보실 건가요?
= 마지막 경기는 볼 수가 없어요. 아, 정정할게요. 저는 모든 경기를 (중계로) 다 봐요. 다만 5번째 경기를 서울에서 못 본다는 거죠.

– 삼성이나 LG 같은 한국 기업을 방문할 계획이 있나요?
= 나는 그들하고 항상 대화를 나눕니다. 이번 여행에선 그런 일정을 짜낼 수 있을지 좀 봐야겠어요. 좀 애매하게 주말에 와서요. 한번 보죠.

– 한국 사람들에게 하실 말씀 있나요? 좀 놀라고 혼란스럽고 그런데..
= 저는 이번 사건이 축하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바둑은 아름다운 게임이고, 사람들이 아름답게 두어왔던 게임이죠. 그저 인류에게 새로운 도구가 생긴 것입니다. 이 도구 역시 인류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된 것입니다. 이 도구 덕분에 바둑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도구 덕분에 바둑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 경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잘 몰랐지만 이제는 바둑을 배우고 싶어하니까요. 제 생각에는 진정한 기회예요.

– 중국 선수와 경기할 생각있나요, 커제라든가?
= 딥마인드팀한테 물어봐야할 것 같아요. 다만 그들은 미래를 생각하기 보다 이번 경기를 잘 치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 그러니까 사람이 알파고를 만든 것이니, 인류의 승리라는 건가요?
= 말씀 잘 하셨네요. 오늘은 명백하게 인류가 승리한 것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지요. 사람 기사가 승리하든 사람이 창조한 프로그램이 승리하든 말입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인류의 승리예요.

세르게이 브린 현장 인터뷰(번역)

비자금이 뭔가요?

전승절에 맞춰 제작했던 ‘전승절이 뭔가요?’의 후속작, ‘비자금이 뭔가요?’

뉴스에 자주 나오지만 정확한 뜻은 사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개념을 8비트 그래픽 포맷에 얹어 설명하는 콘텐츠다. 일종의 뉴스용어 설명 동영상인데, 지난 번 작품은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는 콘텐츠로서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고 대신 ‘해석’이나 ‘설명’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보도가 아니라 교양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콘텐츠. 해석과 탐사보도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지만, 여러 사정상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설명이라도 친절하게 잘 해야겠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Video

[모션그래픽] 전승절이 뭔가요?

디자이너 정순천, 안준석 씨와 함께 만든 모션그래픽. 뉴스에 많이 나오지만 정확히 모르는 개념을 뉴미디어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세대(10대-20대)가 친숙하게 느끼는 문법으로 풀어보려는 의도였다. 9월 3일 업로드 후 9월 7일 오전 11시 43분 현재 페이스북 동영상 플레이 수(도달수 말고 조회수) 11만 8,186회를 기록했다. 댓글 반응도 지금까지 만든 콘텐츠 가운데 가장 좋았다.

스낵 콘텐츠가 아닌 정통 시사 콘텐츠도 모바일 세대 문법으로 제작하면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SBS라는 지상파 브랜드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런 콘텐츠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모션그래픽을 계속 제작할 작정이다.

Video

스낵저널리즘이 콘텐츠 혁신?

“스낵 콘텐츠의 죽음(Death of Snackable Content)”이라는 글의 일부를 번역했다.카드로 정리하고, 드립치고, 간편하게 소비하고 버릴 수 있게 만드 것이 뉴미디어 저널리즘이라고 주장하는 세태를 바라보며 근심하던 참에 이런 글을 발견해 반가웠다. 나 역시 늘 주장했던 이야기지만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이준석 씨도 페이스북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미쿡 사람이 영어로 쓴 글이니 내 이야기보다는 더 진지하게 읽어줄 것 같아 부족한 솜씨지만 핵심 대목을 한국어로 옮겼다. 의역과 오역의 난무는 혜량해주시길. 영어 원문은 아래 링크 참조.

“Death of Snackable Content”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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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클릭미끼(clickbait)’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에 대한 정보든 누구나 찾을 수 있고, 관심 분야가 아무리 협소(niche)하더라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는 장소를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수에 빠져 있는가? 스스로를 문자성애자(logophiliac)라고 생각하나? 필록싱(piloxing: 유산소 운동의 일종)에 열광하고 있나? [인터넷에는] 각각의 관심사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누군가의 특별한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일이 이보다 더 쉬웠던 적은 없었다.

수제맥주(craft-beer) 운동만 살펴봐도 그렇다. 맥주제조 협회에 따르면 맥주를 직접 만드는 술집이나, 지역(local) 양조장 또는 소규모 양조장의 수는 2008년 1,521곳에서 2014년 3,2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벌어진 일은 또 어떤가? 블루 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는 최근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막대한 액수인 7천만 달러를 모았다. ‘주문받아 내리는 커피(brewed-to-order coffee)에 대한 거의 컬트적 열광 덕분이다. (그리고 블루 보틀이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소규모 자영업자가 생산한 제품에 대해 전국적 관심을 만들어냄으로써 인터넷은 혜성같은 인기를 일으킨다. 인터넷은 또 수제맥주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소비하는 상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고, 그래서 아마추어 양조업자나 커피 로스터/메이커가 기술을 더 열심히 집에서 연마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음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Etsy는 인터넷이 협소한 관심사 그룹(niche interest groups)을 부상시키고 있는 방식을 설명하는 또 다른 증거다. [Etsy에서는] 웨어러블 식물(Wearable Plants)부터 치료용 크리스탈까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살 수 있고, 팔 수 있고 또 그런 물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 Etsy의 최근 IPO를 보면 이런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핀터레스트 역시 DIY 애호가나, 글루텐-프리 또는 채식 팔레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자원을 제공한다. 블로그(blog sphere)는 폰트나 미니멀리즘 가구 또는 재테크에 대한 전문가들로 가득 차 있다. 유튜브는 ASMR팬이나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는 사람들(fashion hauler)이 제작한 비디오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들의 견고한 근거지다. 이제 어떤 ‘협소한 관심사(niche)’도 탐구하기에 너무 협소하지 않다.

‘협소한 관심사가 주류로 부상하는 패턴(The pattern of niche-to-mainstream)’은 우리가 구입하는 물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TED는 원래 학술 연구자들이 신경과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교육 전문가들이 학교가 창의성을 제약하는 방식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고, 사회학자들이 인구 성장의 이면에 있는 핵심적인 숫자들에 대해 탐구하는, 정책충(wonk)과 과학오타쿠들(nerd)을 위한 특별한 컨퍼런스로 시작했다. 이 모든 주제들은 오늘날의 산만한 소비자에게는 너무 지루하거나 너무 깊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ED 비디오는 수천만 그리고 또 수천만의 조회수를 끌어모았다.

활력넘치는 하위문화(subcultures)는 온라인 또 오프라인에서 분명히 중요한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커뮤티니의 구성원들은 의미 있고, 사려 깊고 그리고 뭔가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는 콘텐츠를 갈망하고 있다. 그들은 깊숙하게 들어가고, 이미 세련된 그들의 지식에 뭔가를 더해주는 콘텐츠에 굶주려 있다. 열정적 사람들에게 “스낵 콘텐츠(snackable content)”는 충분한 것이 아니다.

취미를 가져라(Get a hobby!)
독자로서 우리는 피상적 기사들이 매력을 잃기 전까지는 그런 것들을 클릭할 수밖에 없다. 좋은 콘텐츠인척 하는 쓰레기들이 엄청나게 많고, 독자들은 껍질과 알맹이를 구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더 나아가, 엄청나게 여러 분야에 걸친 주제들을 계속 클릭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주의력 결핍 장애(ADD) 같은 정신상태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만족스럽지도 않다.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s)가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왜냐하면 이 세대는 개성(individuality), 열정(passion) 그리고 창조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배우는 것과 취미는 이들에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은 의미있다고 느끼는 활동을 찾고 있다. 관심사(그리고 그런 관심사에 대한 지식)는, 이들이 소비하는 물건들이 그렇듯, [이 세대 구성윈들]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다. 그것이 저작권 침해 행위(piracy)에 대한 뉴스 기사이든 아니면 단일 품종에서 추출한 핸드 드립 커피(single-origin pour-over coffee) 한잔에 대한 것이든 말이다.

길고 특별한 콘텐츠에 대한 늘어나는 수요는 출판 사업의 미래를 형성할 것이다.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에 대한 한 기사는 방문자수(unique visitors) 3천1백만, 페이지뷰 8천7백만을 기록한 긴 형태의 블로그인 Wait But Why에 주목한다. 이 블로그는 평균 2천자가 넘는 기사 80개를 통해 이 숫자를 달성했다.

“누군가를 매혹시킬 수 있다면 – 다시 말하지만 정말 잘 쓴 글로 정말로 진정으로 매혹시킬 수 있다면 – 그건 그들이 공유하길 원하는 뭔가가 됩니다.” Wait But Why의 창업자인 앤드류 핀이 말했다.

출판업계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런 독자를 관련산업과 연결시키는 것이 대중을 겨냥한 대량 생산 콘텐츠보다 훨씬 더 가치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독자들은 더 좋은 콘텐츠를 통해 이득을 얻는다 그리고 출판업자들은 훨씬 효과적인 수익화 기회를 통해 이득을 얻게 된다. 눈알굴리기(eyeball)가 아니라 참여(engagement)가 근본적인 추동력이 될 것이다.

물론 “당신보다 인간적인 고양이 27마리” 같은 기사들은 언제나 그자리에 존재할 것이다. 왜냐하면 불량식품이 필요할 때가 누구에게나 이따금씩 있는 법이니까.

스낵저널리즘이 콘텐츠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