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따윈 중요하지 않은 세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내용을 보도하는 건 누누이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여러 차례 관련된 기사를 썼습니다. 제가 쓴 기사도 있고요.

하지만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검찰발 보도를 놓고는 신랄하게 비난하며 신중한 태도를 강조하던 분들이 이런 보도에 대해선 아무 문제 의식을 못느낀다면 모순 아닐까요?

더구나 아래와 같은 기사를 쓴 언론사의 사장님은 불과 2달 전에 “mbc 뉴스데스크는 받아쓰기 단독 안 합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선언까지 하셨는데 말입니다.

혼란스럽습니다. 기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세상, 일관성을 지키려는 시도 같은 건 비웃음을 당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특정 진영이나 부족의 응원단장 노릇만 열심히 하면 뭘 하든 칭찬받을 수 있는 걸까요?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이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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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news.imbc.com/…/2020/n…/article/5808213_32524.html

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수사 속보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서 자신은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합병을 진두 지휘 했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윤수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성물산 지분 7%를 가진 미국계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무산될 위기였던 2015년 6월 4일.

상황의 심각성을 보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회의를 소집하고, 외국계 대형 증권사 골드만삭스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했습니다.

나흘 뒤엔 이 부회장의 요청으로 골드만삭스 미국 본사 전문가가 아예 한국에 들어옵니다.

이 부회장의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미래전략실 임원들도 참여했고, 합병 성사를 위한 긴급 대응 전략이 이 자리에서 마련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회의에서 나온 대책은 모두 7가지.

국민연금 등 기관 주주들을 설득하는 한편, KCC 등 합병 우호 세력을 포섭해 삼성물산 자사주를 넘겨 찬성을 유도한다는 겁니다.

또 제일모직에 대한 인위적인 주가 부양, 합병에 긍정적인 보고서를 유도하자는 계획 등이 담겼습니다.

계획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합병 무산시 이른바 ‘플랜B’는 없다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압박하고, 대주주인 외국계 회사 회장에게는 ‘합병에 찬성하면 이 부회장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들의 합병 지지 보고서들도 앞다퉈 쏟아졌습니다.

[주진형/전 한화투자증권 사장(2016년 12월, ‘국정농단’ 청문회)]
“당신 (합병 반대 보고서) 때문에 삼성의 장충기한테서 불평 전화를 들었다. 다시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말을 계속해서 저한테 얘기를 했고…”

삼성물산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었던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합병 작업.

자사의 가치를 억지로 떨어뜨려 합병에 나서야 했던 삼성물산은, 이른바 합병 시나리오의 설계 ‘용역비’ 240여억 원까지 떠맡아야 했던 걸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