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正義)의 재정의(再定義)

국회 법제사법위워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오늘(3일) 아침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검찰은 중립성을 지켜야지, 독립성을 지켜야 할 조직은 아닙니다. 독립성은 사법부 그러니까 법원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는 것이고요. 준사법기관이라서 검찰도 독립성을 가져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과도한 이야기고요.”라고 말했다.

검찰의 중립성과 달리 독립성은 지켜야 할 가치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간 검찰개혁의 역사에서 검찰의 독립성이 중요한 가치로 부각된 적이 없다는 것처럼도 해석된다.

과연 그럴까? 검찰청법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자.

2004년에 1월 10일에 시행된 개정 검찰청법에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일원하하는 개혁안이 반영됐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남아 있는 공식적인 법률 “개정이유”에는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 및 중립성 보장을 제고하기 위하여”라고 적혀 있다. 2004년은 노무현 정부 때다.

2012년 1월 1일에 시행된 검찰청법 개정안의 개정이유를 살펴보자. “검찰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강화하고”라고 제일 첫 머리에 적혀있다.

3년 전인 2017년 3월 14일에 시행된 검찰청법 개정안의 개정이유는 이렇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발의한 사람은 고 노회찬 전 의원과 이용주 전 의원이다.

윤호중 의원의 생각과는 달리 검찰의 독립성은 검찰개혁 핵심으로 중립성과 함께 항상 강조되어왔던 가치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정치 권력으로부터 일정한 독립성을 가지지 못하는 준사법기관이 중립성을 지키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준사법기관 또는 권력기관의 독립성이 중요한 가치가 아니라면, 윤호중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공수처의 거의 무제한적인 독립성 역시 민주적 통제의 부재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현행 검찰청법 8조에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라는 규정은 민주적 통제와 검찰의 독립성 보장의 중간 지점을 찾으려는 입법장의 노력으로 보인다. 다만 이것이 검찰의 독립성을 무시하라는 조항은 아니다. 민주적 통제와 독립성 보장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 입법취지에 가깝다.)

과거에는 개혁적 가치로 인식되었던 것들이 통치와 권력 유지에 방해가 되기 시작하자 원래부터 개혁적 의제가 아니었다는 듯이 갑자기 말을 바꾸는 장면. 얼마 전부터 지겹도록 지켜본 상황이다. 우리 편에 불리한 정의(正義)를 재정의(再定義)해서 우리 편의 불의(不義)를 정의(正義)로 포장하는 일이 너무나 자주 반복되고 있다. 말과 글을 도구로 다루고 옳고 그름에 대해서 생각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

[참고]

검찰청법
[시행 2017. 3. 14.] [법률 제14582호, 2017. 3. 14., 일부개정]
【제정·개정이유】

[일부개정]
◇ 개정이유 및 주요내용
현행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에게 부과된 정치적 중립의무 이행방안의 하나로써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검사의 직을 사직한 다음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하고 차후 다시 검사로 임용하는 편법적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
이와 같은 편법적인 검사의 대통령비서실 파견을 방지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일정 기간 대통령비서실 퇴직 후 검사 임용과 검사 퇴직 후 대통령비서실 임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바, 검사 임용 결격사유에 대통령비서실 소속의 공무원으로서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추가하고, 검사로서 퇴직 후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대통령비서실 직위 임용을 금지하려는 것임.


검찰청법
[시행 2012. 1. 1.] [법률 제10858호, 2011. 7. 18., 일부개정]
【제정·개정이유】

[일부개정]
◇ 개정이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제청할 때에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하고, 현재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있는 검찰인사위원회의 구성ㆍ운영 및 심의사항을 법률로 정하는 한편, 사법경찰관리로 하여금 검사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하여 검찰과 경찰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것임.


검찰청법
[시행 2004. 1. 20.] [법률 제7078호, 2004. 1. 20., 일부개정]
【제정·개정이유】

[일부개정]
◇개정이유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 및 중립성 보장을 제고하기 위하여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하는 한편, 이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검찰조직의 노령화나 일부 검사들의 무사안일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검사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고,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의 원칙을 삭제하는 대신에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대한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명문화하며, 검찰인사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검찰인사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변경하는 등 현행제도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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