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따윈 중요하지 않은 세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내용을 보도하는 건 누누이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여러 차례 관련된 기사를 썼습니다. 제가 쓴 기사도 있고요.

하지만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검찰발 보도를 놓고는 신랄하게 비난하며 신중한 태도를 강조하던 분들이 이런 보도에 대해선 아무 문제 의식을 못느낀다면 모순 아닐까요?

더구나 아래와 같은 기사를 쓴 언론사의 사장님은 불과 2달 전에 “mbc 뉴스데스크는 받아쓰기 단독 안 합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선언까지 하셨는데 말입니다.

혼란스럽습니다. 기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세상, 일관성을 지키려는 시도 같은 건 비웃음을 당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특정 진영이나 부족의 응원단장 노릇만 열심히 하면 뭘 하든 칭찬받을 수 있는 걸까요?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이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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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news.imbc.com/…/2020/n…/article/5808213_32524.html

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수사 속보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서 자신은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합병을 진두 지휘 했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윤수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성물산 지분 7%를 가진 미국계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무산될 위기였던 2015년 6월 4일.

상황의 심각성을 보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회의를 소집하고, 외국계 대형 증권사 골드만삭스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했습니다.

나흘 뒤엔 이 부회장의 요청으로 골드만삭스 미국 본사 전문가가 아예 한국에 들어옵니다.

이 부회장의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미래전략실 임원들도 참여했고, 합병 성사를 위한 긴급 대응 전략이 이 자리에서 마련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회의에서 나온 대책은 모두 7가지.

국민연금 등 기관 주주들을 설득하는 한편, KCC 등 합병 우호 세력을 포섭해 삼성물산 자사주를 넘겨 찬성을 유도한다는 겁니다.

또 제일모직에 대한 인위적인 주가 부양, 합병에 긍정적인 보고서를 유도하자는 계획 등이 담겼습니다.

계획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합병 무산시 이른바 ‘플랜B’는 없다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압박하고, 대주주인 외국계 회사 회장에게는 ‘합병에 찬성하면 이 부회장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들의 합병 지지 보고서들도 앞다퉈 쏟아졌습니다.

[주진형/전 한화투자증권 사장(2016년 12월, ‘국정농단’ 청문회)]
“당신 (합병 반대 보고서) 때문에 삼성의 장충기한테서 불평 전화를 들었다. 다시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말을 계속해서 저한테 얘기를 했고…”

삼성물산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었던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합병 작업.

자사의 가치를 억지로 떨어뜨려 합병에 나서야 했던 삼성물산은, 이른바 합병 시나리오의 설계 ‘용역비’ 240여억 원까지 떠맡아야 했던 걸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기준 따윈 중요하지 않은 세상

일관성과 용기 (기자협회보 칼럼)

검찰 수사 관련 보도에 이어 요즘에는 재판 보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자협회보에 제가 기고한 칼럼입니다. 지면에는 조금 축약한 글이 실렸고, 온라인에는 줄이지 않은 원문이 그대로 올라갔습니다. 링크 공유합니다.

칼럼의 마지막 부분을 이 곳에 옮깁니다.


재판에 개입한 임성근 부장판사의 무죄 주장이 법리적 관점에서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듯이, 조국 전 장관 측 주장 역시 재판 과정에서 제기해볼만한 것이다. 하지만 무죄 선고가 재판개입의 부당함을 덮어버릴 수 없었듯이 법리적 주장이 있었다고 해서 정권 실세들이 잇달아 구명을 요청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민정수석이 중단시켰다는 사실이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다.

불과 몇 년 전에 조국 전 장관과 같은 자리에 있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안종범 경제수석의 K스포츠 재단 운영 개입 의혹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가정해보자.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이 ‘감찰 중단 여부는 민정수석의 직무상 권한이기 때문에 직권을 남용해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 볼 수 없고, 안종범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감찰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한다면, 언론이 감찰 중단 사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이 경우에도 우 전 수석의 주장을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춰서” 보도해야 하는 것인가?

언론이 유죄와 무죄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대해 보편적 상식과 윤리에 입각해 평가하고 보도할 책임은 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 등을 보도할 때 여전히 많은 기자들이 “기계적 균형”에 머물지 않고 있는 이유다. 지금 정말 필요한 재판 보도의 윤리는 당연한 원칙을 특정 사건 재판에 대한 기사를 쓸 때도 관철할 수 있는 일관성과 용기다.

재판 보도와 언론의 기준
[이슈 인사이드 | 법조] 임찬종 SBS 법조팀 기자
임찬종 SBS 법조팀 기자2020.06.10 16:09:58

http://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7791&fbclid=IwAR1hhH9MPN1XbyDKPvJ4iz3YMyL6QzaWcEHSRYh_Gxkn8CtLrUXjO1FWj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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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 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청와대 입장을 반영하도록 한 사실 등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만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판결이 나왔을 때 임 판사의 결백이 밝혀졌다고 보도한 기사는 없었다. 대부분의 보도는 임 판사의 행위, 즉,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른 재판부의 재판에 개입한 행위의 부당성에 초점을 맞췄다. ‘동료 판사 봐주기 판결’을 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는 있었어도,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거나, 범죄도 아닌 일을 언론이 침소봉대했다고 지적하는 의견은 찾기 어려웠다.

무죄 판결이 선고됐는데도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재판을 보도하는 언론의 기준은 판결을 내리는 법관의 기준과 다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범죄 성립 여부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은 재판 과정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이 보편적 상식이나 윤리 감각에 부합하느냐이다. 판사가 지위를 이용해 다른 재판부의 재판에 개입한 행위는 설사 범죄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보편적 상식에 비춰볼 때 누구도 정당하다고 옹호할 수 없는 행위다. 언론이 ‘무죄’라는 재판의 결과보다 ‘부당한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어떤 사건들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준이 언론에 요구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대해 기자가 판단하지 말고,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을 공평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직권남용 혐의 피고인으로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만 일방적으로 받아쓰지 말고 변호인 반대신문도 충실히 반영해 달라.”라거나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춰 달라.”라고 기자들에게 요구한 조국 전 장관의 말에서도 이 같은 생각이 엿보인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재판만 놓고 봐도 “기계적 균형”을 적절한 재판 보도 방식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최근 유죄가 선고된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을 검찰 수사 이전에 감찰했던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은 “감찰 시작 두 달만에 (정권 실세로부터) 구명전화가 들어오고, 실세를 건드린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조국 전 장관의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음을 밝히면서 다른 특감반원에게 “이 xx 진짜 감찰해야 하는데…”라며 추가 감찰 필요성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던 사실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장관 측은 감찰에 대한 직무상 권한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에게 있었기 때문에 감찰 중단을 결정한 것이 직권을 남용해 특감반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재수 씨가 조사에 불응한 이후에는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특감반의 특성을 고려해 감찰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고도 말했다.

재판에 개입한 임성근 부장판사의 무죄 주장이 법리적 관점에서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듯이, 조국 전 장관 측 주장 역시 재판 과정에서 제기해볼만한 것이다. 하지만 무죄 선고가 재판개입의 부당함을 덮어버릴 수 없었듯이 법리적 주장이 있었다고 해서 정권 실세들이 잇달아 구명을 요청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민정수석이 중단시켰다는 사실이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다.

불과 몇 년 전에 조국 전 장관과 같은 자리에 있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안종범 경제수석의 K스포츠 재단 운영 개입 의혹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가정해보자.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이 ‘감찰 중단 여부는 민정수석의 직무상 권한이기 때문에 직권을 남용해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 볼 수 없고, 안종범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감찰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한다면, 언론이 감찰 중단 사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이 경우에도 우 전 수석의 주장을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춰서” 보도해야 하는 것인가?

언론이 유죄와 무죄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대해 보편적 상식과 윤리에 입각해 평가하고 보도할 책임은 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 등을 보도할 때 여전히 많은 기자들이 “기계적 균형”에 머물지 않고 있는 이유다. 지금 정말 필요한 재판 보도의 윤리는 당연한 원칙을 특정 사건 재판에 대한 기사를 쓸 때도 관철할 수 있는 일관성과 용기다.

일관성과 용기 (기자협회보 칼럼)

PD수첩이 법조브로커 기자를 공개하지 않으면…

** 이 글은 PD수첩 한학수 PD 페이스북에도 남겼습니다.

PD수첩은 지난해 12월 3일 [검찰기자단] 편을 방송하면서 검찰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구성한 출입기자단 제도가 검찰과 언론 사이의 부당한 거래의 온상이 되며, 검찰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검찰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 검찰 시각에 입각한 보도를 하거나 검찰에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게 되는 구조적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검찰 담당 기자들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다양한 의혹을 보도한 직후였습니다.

저는 검찰 중심적 보도의 문제점이 없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출입기자단 체제의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PD수첩이 주장하는 것처럼 출입기자단 체제가 현상으로 일부 드러나고 있는 검찰 중심적 보도의 원인이라거나, 검찰 비리를 은폐하는 구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검찰 중심적 보도라는 문제점이 있고, 출입기자단 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가능하지만, 검찰 중심적 보도의 원인이 출입기자단 제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PD수첩은 문제와 원인의 관계를 잘못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엉뚱한 문제를 제기한 PD수첩이 잘못된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여러 건의 허위사실 또는 허위사실임이 명백해 보이는 주장을 방송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앞선 페이스북 글에서 간략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자신이 시도하면 “3분의 2는” 기소를 불기소로 바꾸는 정도의 일도 가능하다고 말한 익명의 ‘검찰 출입기자’의 인터뷰를 방송한 것입니다. 

PD수첩 방송화면에 모습이 등장하지만 ‘블러’ 처리로 인해 정확한 얼굴이 나타나지 않는 이 성명불상의 법조기자는 심지어 “해보니까 간단한 건데 이게 버릇이 돼요. 나를 영입하는 사람들이 저한테 똑같은 역할을 요구하는 거예요.”라며 자신이 상습적으로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검찰 관련 정보를 폐쇄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가 정보의 독점력 등 우월적 지위를 부당하게 활용해 ‘기소를 불기소로 바꾸는’ 불법 행위를 상습적으로 저질렀다는 내용으로서 출입기자단 제도가 기자들이 검찰과 부당한 거래를 하는 구조적 원인이라는 PD수첩 방송 내용의 핵심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방송을 본 사람 중에는 이 인터뷰가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여럿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기자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중대 범죄 행위에 대해 지상파 방송에서 자백했다는 점입니다.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검찰청법상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검사들을 제외한 자가 사건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변호사법 등을 위반한 불법 행위입니다. 기자는 “나를 영입하는 사람들이 요구”했다며 자신의 급여 등을 불법 행위에 대한 금전적 대가로 해석할 수 있음도 스스로 밝혔습니다. 상습범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습니다. 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징역형 선고를 피할 수 없습니다. 매우 전형적이고 악질적인 법조브로커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PD수첩이 해당 기자의 신원을 공개하거나 수사기관에 협조해야하는 의무가 발생합니다. 왜 그런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해당 기자의 발언은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크며, PD수첩은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검증 없이 방송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해 한 대형 로펌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그 기자분이 실제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100억 원쯤 주고 우리 회사로 영입해야 한다.”

왜 그럴까요? 언론 등이 비판하는 전관예우의 핵심이 무엇입니까? 특히 검찰 관련 전관예우의 핵심이 무엇일까요? 작게는 검찰 인맥을 활용해 수사 과정이나 구치소 수감 과정에서 검사의 재량권 범위에서 약간의 편의를 봐주는 것부터, 크게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뒤바꾸는 것 정도에 해당할 것입니다. 여기에 ‘기소를 불기소로 바꾸는 것’은 그야말로 끝판왕에 해당합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전관 변호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는 극히 제한적이며, 더구나 시도 중 “3분의 2″를 성공하는 전관 변호사는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형사 변호사 업계의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법조계 사정 등에 대해 약간의 취재만 해봐도 해당 기자의 인터뷰 내용은 사실일 가능성이 거의 없고, 일부 사실일 여지가 있더라도 터무니 없을 정도로 부풀려진 것이라는 사실을 매우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뻥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PD수첩이 해당 기자가 언급한 사건에 대한 검증 내용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드러납니다. 만약 “3분의 2″는 통한다고 해당 기자가 말한 것이 신빙성이 있다고 정말로 믿었다면, 검찰과 검찰을 취재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일에 충실해 온 PD수첩이 이 사건들에 대해 추가로 방송에서 언급하지 않거나, 후속 방송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방송에서 언급되는 한 사건이 정말로 해당 기자가 언급대로 처리된 것인지 검증해본 내용도 방송에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는 PD수첩 역시 최소한 해당 기자의 발언의 신빙성이 크지 않다고 보았거나, 사실이 아닐 거라고 인식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정황입니다.

따라서, PD수첩은 해당 기자의 발언이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해당 기자의 신원을 공개해 발언의 진위를 적어도 다른 언론사들이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PD수첩이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큰 발언에 대해 얼마만큼 성실하게 검증의 의무를 다하고 내보냈는지에 대해서도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큰 발언을 검찰 취재하는 기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핵심 사례로 제시한 제작진이 감당해야 할 그야말로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만약 PD수첩이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송했거나, 허위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검증 의무를 하지 않고 허위 주장을 그대로 방송한 것이라면 PD수첩 제작진은 이에 상응한 법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검찰 출입 기자들을 비난하기 위해 허위 주장을 검증 없이 방송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2) 내부고발자라 하더라도 중대 범죄 행위를 은폐해서는 안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해당 기자가 PD수첩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중대한 범죄 사실에 대한 자백입니다.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해당 기자가 처벌을 면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혹자는 그럼에도 해당 기자가 검찰 출입 기자들의 비위를 폭로한 ‘내부고발자’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론사가 신원을 공개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인터뷰 대상자가 중대 범죄 사실을 털어놓았을 경우 저널리스트가 이 사람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사실을 은폐하거나, 이 사람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명백하게 저널리즘 윤리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부고발자로서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신원을 대중에 비공개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수사기관에 범죄 행위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n번방 사건 취재 과정에서 일부 n번방 가담자가 언론에 관련 사실을 털어놓으며 협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종의 내부고발자로 볼 수 있겠죠. 그렇다고해서 언론사가 이 사람의 범죄 사실을 수사기관이 알 수 없도록 신분을 끝까지 감추거나, 수사기관에 범죄를 알리지 않았다면, 이 언론사의 행위를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혹자는 과거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대니얼 엘스버그나 NSA의 무차별 도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언론사들이 보호한 사례를 예로 들며 이 경우에도 해당 기자를 언론사가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경우가 완전히 다릅니다. 

엘스버그나 스노든의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해당하는 행위여지만, 폭로자와 언론사가 비밀누설 행위 자체가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 처벌에 반대한 경우였습니다. 그러나 PD수첩에 나온 기자의 ‘기소를 불기소로 바꾼’ 법조브로커 노릇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언론사는 이 사람을 보호해서는 안 됩니다.

정리하면 해당 기자가 진실된 사실을 말해 내부고발자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언론사는 수사기관에 중대 범죄 행위를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수사기관이 협조를 요청해올 경우 신원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은 밝혀야 합니다. 

물론 저는 해당 기자의 발언이 사실일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극히 일부가 사실일지라도 엄청나게 부풀려진 ‘뻥’이라고 보기 때문에, 해당 기자를 진실된 사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로 해석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위의 논의는 설사 내부고발자로서의 성격을 부여할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그렇다는 뜻일 뿐입니다.

(3) PD수첩이 스스로 책임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시청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겠습니다.

결국 1) 해당 기자의 발언이 허위일 경우 PD수첩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식했거나, 마땅한 검증 취재 없이 허위 주장을 방송했다는 책임을 져야 하며 2) 해당 기자의 발언이 허위가 아닐 경우 중대 범죄 행위를 자백받은 당사자로서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저는 PD수첩이 두 가지 경우 중 어느 하나라도 책임을 다하기를 여러 달 동안 기다려왔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조금 더 기다린 뒤 진실을 가리기 위해 법적 절차에 착수하는 일을 진지하게 검토할 생각입니다. 

PD수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전제하에 방송한 해당 기자의 인터뷰 내용은 그 자체로 변호사법 등을 위반한 것입니다. 변호사법 위반은 친고죄가 아닙니다. 누구든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PD수첩이 스스로 자신들의 방송은 사실은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자백하지 않는 이상, 시청자는 중대 범죄 행위를 자백한 ‘성명불상의’ 해당 기자에 대해 처벌을 요구할 당연한 권리가 있습니다.

한학수 PD님이 해당 기자의 신원 공개를 요구하는 저의 글에 댓글을 달면서 언급했듯이 저 역시 PD수첩의 시청자입니다. 납득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 저는 시청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 혹시 해당 검찰출입기자의 인터뷰는 지나치게 과거의 일을 회상한 것으로서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라는 식으로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소시효를 파악했다는 것은 해당 기자가 언급한 ‘기소를 불기소로 바꾼 사건’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벌어진 것인지 취재했다는 뜻이겠죠. PD수첩은 해당 사건들이 어떤 사건들이며, 어떻게 처리됐고, 이에 대해 PD수첩이 어떻게 취재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공소시효 도과 논리로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할지는 모르겠는데, 윤리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PD수첩이 법조브로커 기자를 공개하지 않으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악어새?!

제가 장담할 수 있는 건 PD수첩이 [검찰기자단] 편에서 저지른 것 같은 팩트 왜곡을 ‘법조기자단’ 소속 기자가 조국 전 장관 관련 보도 과정에서 범했다면 반드시 인사 조치를 당했을 거란 점입니다.

어떤 왜곡이냐고요?

1) 대검 대변인실 직원과 인터뷰해놓고 대검 대변인 인터뷰라고 허위 사실 방송

-> 조국 전 장관 변호사 사무실 직원과 통화해놓고 조국 전 장관 변호인과 통화했다고 제가 보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2) 법조기자단(PD수첩 식으로 말하자면 검찰기자단)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서울남부지검 브리핑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검찰기자단”이 저지른 일처럼 왜곡 (심지어 방송에서 검찰기자단 가입을 거부당한 피해자로 등장하는 매체는 남부지검을 담당하는 서울시경 기자단의 일원임)

-> MBC 보도국 기자가 한 일을 가지고 제가 MBC 시사교양국 PD들이 저지른 짓이라고 보도하는 것도 괜찮은 건가요?

3) 듣도 보도 못한 익명의 검찰 기자가 등장해 자신이 검찰에 청탁해 3번 중 2번 정도는 기소-불기소를 가를 정도의 중요한 일들을 성사시켰다는 주장을 했지만 기초적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

-> 한 대형 로펌 변호사가 그러더군요. 저런 분이 정말 있다면 100억 원 주고 스카웃하겠다고.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PD수첩은 그런 얘기를 아무런 검증도 없이 그대로 방송했죠. 

근데 저 익명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인터뷰한 ‘법조 출입 기자’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한 건데 고발은 하셨나요? 법조브로커들이 바로 이런 걸 할 수 있다고 사기치고 다니다가 감옥에 가는 겁니다. 진실된 참회와 반성의 말이라도 들으셨나요? 아니면 PD수첩도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방송한 건가요?

물론 PD수첩의 어떤 PD는 인터뷰 조작한 게 정확히 걸려도 징계 중에 보직에 임명되는 걸 보니, 이런 허위사실을 방송한 건 거기선 큰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보수 성향 매체가 아니라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기사입니다. 직접 보시죠.

https://n.news.naver.com/article/006/0000101517

그래도 부끄러운 줄은 좀 알면 좋겠습니다. 이 때다 싶었는지 또 이 방송 이야기를 꺼내다니요 ㅎㅎ

그때도 물었지만 다시 묻죠. 지금 누가 진짜 악어새입니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악어새?!

기본이 안 된 기자들과 청와대 前 행정관의 말바꾸기

어제(9일) 제가 보도한 [“靑 행정관이 막았다”…라임 의혹 녹음 파일 확보] 기사에 대해 몇 몇 기자들이 검찰의 언론플레이 또는 검찰발 보도라고 말했습니다. 어제 MBC [스트레이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와 관련된 의혹을 다루는데, 이 건에 대한 관심을 물타기하기 위해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고 저는 검찰의 의도대로 보도한 기자라는 뜻이죠.

▶ [단독] “靑 행정관이 막았다”…라임 의혹 녹음파일 확보 (2020년 3월 9일 / SBS 8뉴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5&aid=0000799047

KBS 최경영 기자는 페이스북에 “어제 MBC 스트레이트에서 ‘검찰총장과 장모님’편을 하기 전에 SBS에서 검찰발 단독보도를 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라며 “삼성이 물타기하는 법, 기사를 기사로 밀어내는 법, 언론 경쟁사들을 활용하는 법 등등이 검찰의-나는 장난질로 판단하는-언론플레이와 매우 유사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기자는 댓글로는 “금감원 출신 행정관이 청와대 들어가면 일 터지면 이것저것 금감원, 은행 등에 물어보는 것이 일일텐데 그게 업무상에서 나온 말실수인지, 오해인지, 뭘 어떻게 무마시켰다는 건지 아무런 팩트도 없는 단독보도라니. 그것도 검찰발로”라며 저의 보도를 “검찰발” 보도라고 단정적으로 말했습니다. ”제 페북 보고 한 두 개 더 좀 더 냄새나는 거 주지 않을까요?“라는 말도 했더군요.

매일경제의 김기철 기자 역시 고발뉴스 보도에 따르면 제가 보도한 라임 관련 인물 장 모 씨의 발언은 “말로써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며 “왜 이런 설익은 내용을 검찰이 공개했을까요.”라며 역시 제가 보도한 기사를 “검찰이 공개”한 것이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고발뉴스 기사를 보면 김기철 기자가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을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김 기자 페이스북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고발뉴스가 왜곡한 것이라면 저에게 알려주시면 김기철 기자 부분을 글에서 지우겠습니다. 아래 첨부 사진은 클리앙, 보배드림 등 커뮤니티에 올라온 김기철 기자 페이스북 글 캡쳐화면입니다. )

라임 관련 핵심 인물의 정관계 로비가 있었다는 발언, 그리고 비호 세력 중 한 명이 당시 청와대 행정관 A씨였다는 발언의 녹취가 보도의 가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최경영-김기철 기자와 다투지 않겠습니다. 그분들 마음대로 생각하시고 평가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명백히 사실이 아닌 내용, 즉, 제 기사가 “검찰발 보도” 또는 “검찰이 공개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마땅히 두 사람이 부끄럽게 여겨야 합니다. 사실 지켜보는 다른 기자들이 보면 딱할 지경입니다.

묻겠습니다. 도대체 제 기사가 “검찰발 보도”라고 단정 지은 당신들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기자가 ‘A가 말한 정보는 B로부터 들은 것이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A에게 확인을 하거나 B에게 확인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당신들은 제 기사가 “검찰발 보도” 또는 “검찰이 공개”한 것이라고 단정 짓기 위한 근거를 검찰로부터 들었습니까, 아니면 저로부터 들었습니까?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겁니까?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올린 글에서도 말했지만 제가 확보한 녹음파일은 검찰로부터 받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줬냐고요? 보다 못해 저에게 정보를 제공한 분이 직접 나섰습니다. 라임 사건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김정철 변호사님입니다.

김정철 변호사님은 오늘(10일) 페이스북에 “녹취파일 제공은 내가 했는데 뭔 개소리??? 난 mbc뉴스에 윤총장 뉴스 나가는지도 몰랐는데,,, 조용히 있으려 했는데, 말도 안되는 프레임 짜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 박근혜정부때도 이런 녹취파일 나오면 일단 조사해봐야 하는 거 아녀? 사실인지 아닌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매우 기초적 수준의 기자 수업을 받은 사람이라면 어제 SBS가 보도한 라임 관련 2개의 리포트만 살펴봐도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중 한명이 라임 관련 핵심 인물인 장 모 씨와 대화한 ‘녹음 파일’을 보도한 리포트인데 (2번째 기상)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김정철 변호사님 인터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기사 중간에는 (피해자의 요청으로 화면과 음성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제가 직접 녹음파일의 한 당사자였던 피해자와 인터뷰한 내용까지 나옵니다.

피해자가 녹음한 파일인데 기사에 피해자 변호사가 나온다? 기자가 피해자랑 직접 인터뷰도 했고? 이걸 보고도 취재원이 피해자의 변호사라는 점을 짐작하지 못했다면 최경영 기자 등은 기자로서 기초적인 능력도 부족한 것이거나 너무나 기사에 대해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시야가 흐려진 상태인 셈입니다.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이런 것이겠죠.

(추가: 그러면 검찰이 이 녹음파일을 입수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얐냐고 물어볼 수 있겠는데, 이건 안 가르쳐드릴 테니 한 번 잘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검찰을 취재하지 않고도 검찰이 피해자 측으로부터 이 동영상을 입수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지. 그리 어렵지는 않은 문제입니다. )

실제로 어제 기사가 나가자마자 취재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여러 기자들이 김정철 변호사님을 상대로 녹음파일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압니다. 쉽게 말해, 남들은 다 보는 걸 최경영-김기철 기자 같은 사람들만 보지 못한 것입니다.

나아가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의식해 어제로 보도 시점을 정했다는 추측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김정철 변호사님도 말씀하셨지만, 이 기사의 발제 날짜가 월요일로 정해진 건 지난 주였습니다. 저는 심지어 기사 초고를 하루 전인 일요일에 보고했고 당연히 다음날 스트레이트가 어떤 걸 보도할지 알지 못했습니다. 항상 우리 편에 유리한 물타기나 여론몰이에 골몰하시는 분들이 보기에는 다른 기자들도 그런 식으로 보도시점을 조율하는 줄 아는 모양인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녹음파일에 대해 사전에 전현직 검찰관계자 그 누구와도 이야기해본 적도 없습니다.

이렇게 까지 이야기해야 하는 거 자체가 참 한심합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검찰발 보도 자체가 문제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취재원으로부터 윤석열 총장 부인과 관련된 경찰의 내사 보고서 등을 넘겨받았다는 뉴스타파 보도가 경찰발 보도이든 아니든 내용을 보고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기사이듯, 저는 다른 기사에 대해서도 소스가 어디인지가 아니라 내용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굳이 어제 제 기사가 “검찰발 보도”가 아니라고 길게 해명한 것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세력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밑도 끝도 없이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지겹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스로 기자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서글프기까지 하고요.

어제 보도를 이어가는 오늘 제 보도에 대해 몇 마디 더 하겠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오전 기자들을 만나 문제의 전직 행정관 A씨가 장 씨를 잘 알지도 못하며 금감원에 대해 어떤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A씨가 어제 저에게 전화로 한 말과 동일합니다.

어제 A씨는 장 씨를 아냐고 묻는 저에게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라고 했고 “장 씨를 본적은 없으시냐”라고 묻는 저에게 “네,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장 씨를 전혀 본 적도 없다는 말씀이냐”라는 저의 재확인 질문에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참 답답하네요. 어이가 없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흥미로운 말을 건네더군요. “이거는 죄송한데 솔직히 말씀을 드릴게요. 일단은 이걸 기사화 했을 경우에는 저 BH가 같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제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매우 신중해주셔야 할 문제가 생길 것 같고요”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제가 “어떤 문제가 생긴다는 거죠?”라고 묻자 “아니 아니 어쨌든 저쪽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같이 이야기를 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습니다.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 묻는 기자에게 “기사화했을 경우 BH가 같이 문제가 된다”라면서 “매우 신중해주셔야 할 문제가 생길 것 같다.”라고 말한 A씨의 의도는 무엇이엇을까요? 제 스스로 짐작가는 바는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장 씨를 전혀 본 적도 없다는 A씨의 말과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 장 씨의 녹음파일에 있었습니다. 장 씨가 A씨에 대해서 피해자에게 소개하면서 “00대학교 00학과 나왔고 XXXX나왔고”라면서 출신대학과 전공, 해외 유학 장소를 이야기했는데, 모두 A씨의 학력과 실제로 일치했던 것입니다.

물론 장 씨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A씨의 명함을 어디선가 구한 뒤, A씨의 출신 대학과 전공은 물론 해외 유학 장소까지 파악한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말 자체는 아무래도 A씨와 장 씨가 아는 사이일 가능성을 좀 더 높여주는 정황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오늘 오후 A씨로부터 추가 확인한 것이 있다며 새로운 해명을 전했습니다. A씨가 장 씨를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 것은 아니고 지난해 연말 모임에서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만나 명함만 주고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만난 적이 없고, 금감원에 지시한 적도 없으며, 어떤 조사도 받겠다라고 말한 건 동일했습니다.

결국, “장 씨를 본 적이 없다”라고 어제 저에게 말한 A씨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고, 하루만에 A씨가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 ‘라임 핵심 인물’ 본 적 없다더니…말 바꾼 靑 전 행정관 (2020년 3월 10일, SBS 8뉴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5&aid=0000799353

이런 상황에서 저는 적어도 A씨가 “라임 것을 다 막았다”라고 말한 라임 관련 핵심 인물의 발언 녹취는 보도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이 말 자체가 투자자 앞에서 허풍을 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의혹이 큰 사안의 핵심 인물이 직접 자기 입으로 비호 세력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녹음 파일은 그 자체로 보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오늘 SBS는 한 개의 보도를 더 했습니다. 장 씨의 대화 녹음 파일에서 라임 펀드를 인수하려는 “회장님”이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서 현금이 풍부한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로비를 해서” 인수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이것도 장 씨가 피해자 앞에서 허풍을 친 것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추가 취재를 해보니 “회장님”이 인수한 것이라고 지목된 한 컨소시엄의 상조회 인수에 앞서 라임과 직결된 회사로 확인된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이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를 시도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까지 선정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장 씨가 녹음 파일에서 라임 관련 인물이 로비를 통해 인수했다고 밝힌 회사를 라임 의혹의 핵심 회사가 1달 전에 인수하려다 실패했던 사실이 확인 된 겁니다. “회장님”의 컨소시엄이 “로비”를 통해 상조회를 인수했다는 장 씨의 말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라임 관련 회사, ‘상조회’ 인수 시도…커지는 로비 의혹 (2020년 3월 10일, SBS 8뉴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5&aid=0000799354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 기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정부에 불리한 기사를 보도하는 기자는 피곤합니다.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관심법으로 남의 기사를 비난하며 진영논리에 입각한 이야기를 내뱉는 기자들, 친정부 기자은 그런 불편 겪을 일이 없죠. 그럼에도 저는 라임 관련 의혹을 좀 더 취재하고 보도할 생각입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금 최경영 등과 같은 기본이 안 된 기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고, 그리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을 지키며 제 할일을 하는 기자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본이 안 된 기자들과 청와대 前 행정관의 말바꾸기

언론비판과 언론혐오의 구분

조금 전 한겨레가 좋은 인터뷰 기사에 엉뚱해 보이는 제목을 붙인 점을 지적하며 언론혐오를 부추기는 것이 왜 위험한지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후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같은 기사를 두고 원래 기사를 작성한 매체인 한겨레21의 홈페이지와 이 기사를 이틀 뒤 다시 전재한 한겨레 홈페이지에 달린 기사 제목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 사회안전소통센터장 “마스크 대란 원인은 ‘위험소통’ 실패 (한겨레21 / 2020년 3월 6일 / 전정윤 기자)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48349.html?fbclid=IwAR2gQL7EfM3VznDrBBTh2yzgFxDfYN5S7otVbgAay8XZyPclok-jAzA27gQ

▶ “마스크 대란 ‘공포팔이’ 언론 한몫…보도준칙 따랐나 의문” (한겨레 / 2020년 3월 8일 / 전정윤 기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31619.html

(※ 기사 업로드 날짜는 다르지만 내용이 같은 기사임. / 추가: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기사 제목은 기사를 쓴 기자가 아니라 편집을 담당하는 기자가 결정함.)

원래 한겨레21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기사 제목에는 마스크 대란 주된 원인을 (정부의) ‘위험소통’ 실패라고 지적한 인터뷰 내용이 충실하게 반영돼 있다. 반면 이틀 뒤 같은 기사를 다시 올린 한겨레 홈페이지의 기사 제목에는 인터뷰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부 비판이 빠져있다. 마치 언론이 사태를 터무니 없이 부풀린 것이 문제의 주된 원인인 것처럼 제목이 변경돼 있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이 인터뷰 내용은 매우 좋다고 생각하고, 인터뷰를 한 안종주 센터장이 언론의 책임을 지적한 대목도 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참고로 인터뷰의 첫 문단은 이렇다: “제가 40년 가까이 보건복지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했는데, 마스크 두세 개 사려고 3~4시간씩 줄을 서고 그 줄이 몇 킬로미터나 늘어서는 광경은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어요. 우리 감염병 역사는 물론, 적어도 제 기억엔 전세계 감염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에요. 마스크 대란만큼은 변명의 여지 없이 정부가 위험소통에 완전히 실패한 사례입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앞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는 정파적 목적으로 언론혐오를 부풀리는 경향에 대해서 비판했다. 물론 일부 매체는 이슈를 가리지 않고 정략적 목적의 보도를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고, 이는 적어도 2000년대 초반 안티조선 운동 또는 조중동 반대 운동 이후 거의 20년 가까이 우리 사회에서 의제화된 문제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부 매체들의 정략적 보도에 기대서 언론 전체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방식으로 정략적 또는 사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향이 너무나 눈에 띄게 극심해지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조국 사태 당시 여러차례 사실을 왜곡하며 언론혐오를 증폭시켰던 유시민 씨와 ‘알릴레오’가 대표적 사례이다. KBS 언론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일부 패널들의 문제 발언들 역시 비슷한 사례로 묶을 수 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한겨레 페이스북은 아래 동영상 기사를 소개했다….동영상 썸네일에는 “공포와 혐오, 갈등의 바이러스 언론이 숙주다.”라고 적혀 있다.

▶ [영상+] “코로나 정부 책임론, 총선 의식한 정략적 보도” (한겨레신문 / 2020년 3월 8일 / 정준희 교수 동영상 인터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31638.html?fbclid=IwAR3ZlzM_IzMxz0mQBn52MQi6sEfE_GybZ1kfu1pvHsvmWA6MnNt2HjZSrIo

언론혐오가 장사가 된다면, 그 1차적 원인은 언론 매체들이 제공한 것이다. 언론 보도의 수준이 높고 사회적 신뢰를 얻고 있다면 언론혐오를 부풀려 이득을 취하려는 ‘언론혐오 마케터’들이 발 붙일 공간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잘못이 있다고 해서 정략적 목적이 분명한 언론혐오 조장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무책임한 행동이다.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없어서도 안 되고 결국에는 없어지지도 않을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쓴 글에서도 말했지만 언론의 잘못은 언론에게, 정부의 잘못은 정부에게 돌려야 한다. 우리 편에 유리한 기사를 쓰거나 객관적으로 훌륭한 보도를 한 매체나 기자는 ‘개념기자’라고 개별적으로 칭찬하고, 우리 편에 불리하거나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는 보도를 한 매체나 기자가 있을 경우 ‘언론’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행태 역시 언론혐오를 부풀리는 방식 가운데 하나다.

정당한 언론 비판은 지금도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편을 보호하기 위해 언론혐오를 부풀리는 일을 멈춰야 한다. 언론비평의 정파화 경향도 돌아보아야 한다.

모든 언론이 쓰레기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는 숨 쉴수 있는 모든 공기가 오염된 세상과 같다. 정당한 언론비판과 정략적 언론혐오를 구분하는 일은 이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됐다.

언론비판과 언론혐오의 구분

전지적 검찰 시점과 불가지론 사이에서

‘조국 사태’를 거치며 고민해온 문제에 대해 [기자협회보]에 짧은 칼럼을 썼습니다.

(기자협회보 지면에는 온라인 칼럼보다 약간 축약된 글이 실렸습니다.)

※ 기자협회보 칼럼 원문 링크: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7185&fbclid=IwAR2W8FcuSSzxo8sdFYBDB7J7W5XO62ssNK0ac8qg34RfZZrTT6V8JZt6axs

‘조국 사태’ 이후 한국 저널리즘과 관련된 여러 질문이 공론장에 제기됐다. 그 중에서도 법조 담당 기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을 안긴 문제는 ‘수사 중인 사건 관련 기사를 어떤 관점에서 보도할 것인지’이다.

지난해 12월 한국기자협회 등이 주최한 ‘조국 보도를 돌아보다’ 세미나에서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전지적 검찰 시점’의 문제를 제기했다. 권석천 논설위원은 피의사실 공표나 보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검찰 취재가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검찰 관점만으로 보는 것이 문제다. 전지적 검찰 시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지적 검찰 시점’이 드러나는 관행적 기사 문체를 바꾸고, 피의자 입장을 검찰 입장과 최대한 병렬적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등의 해법도 제시했다.

권 위원의 주장은 피의사실 공표냐 아니냐는 단순한 문제제기를 넘어서, 언론이 고민해야 할 윤리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필자 자신도 근거가 부족한 검찰 중심적 관점의 표현을 관행적으로 사용한 적이 분명히 있다. 근거가 부족한 전지적 검찰 시점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지난 정부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보도가 이어질 때는 보이지 않던 ‘전지적 검찰 시점’에 대한 문제가 조국 전 장관 관련 보도 이후에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배경에는 의구심이 생긴다. 또한, ‘조국 사태’ 이후에도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나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단을 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 관련 보도에 대해서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두 사람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보다도 훨씬 더 명확한 무죄 판단이 나온 두 사건에 대해서는 조국 전 장관 사건 보도를 비판할 때 적용됐던 것과는 다른 평가 기준이 적용되는 듯한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저널리즘적 불가지론’의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 등이 발표하는 내용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고, 법원에서 사실 관계를 확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어느 쪽의 입장이 더욱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적지 않은 사람이 밝힌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라면 대부분 사건 보도는 현실적으로 ‘불가지론’이라는 기준에 어긋나는 비윤리적 보도가 된다. 이런 식이라면 언론은 전 남편 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씨의 주장도 수사기관의 주장과 5:5로 보도해야 할 것이다. ‘어금니 아빠’ 등 잔인한 살인 피의자의 주장 역시 마찬가지로 보도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전적으로 부당한 일일까?

언론은 보도 시점에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정보를 취재한 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장의 신빙성을 판단할 책임이 있다. 권석천 위원의 주장처럼 근거 없이 검찰의 말에 무게를 두는 ‘전지적 검찰 시점’은 배격해야 한다. 그러나 재판 결과 확정 이전에는 진실을 누구도 알 수 없다며 가급적 병렬적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 단정을 피하는 것은 미덕이지만, 누구의 말에 신빙성을 부여할지에 대한 판단까지 언론이 포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뉴스 소비자는 (이상적으로는) 언론사의 판단과 관점의 합리성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언론사는 ‘전지적 검찰 시점’과 ‘불가지론’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매일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책임은 누적되어서 언론사의 신뢰도와 영향력으로 귀결될 것이다. 진영논리에 기대서 간편한 선택을 하는 언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어렵지만 옳은 선택을 한 언론이 결국에는 살아남으리라는 희망을 아직은 잃지 않고 있다.

전지적 검찰 시점과 불가지론 사이에서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의 필요성과 정당성 조건

** [관훈저널] 2019년 겨울호(통권 153호)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출간된 원고에는 제목과 내용 일부가 수정됐습니다. 원문을 이 곳에 올려둡니다.

※ 관훈저널 PDF 파일 다운로드 링크:
http://www.kwanhun.com/page/brd3_view.php?idx=3085&table=kwan_tong&tb=book4

임찬종 기자(SBS 법조팀)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사실 보도란 말은 주로 검찰 수사 관행이나 수사를 보도하는 저널리즘을 비난할 때 쓰인다. 피의사실 공표 또는 피의사실 보도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아래 기사 중 수사기관 관계자의 피의사실 공표에 의한 피의사실 보도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골라보자.

사례 1. [단독] 김학의 한밤중 타이로 출국하려다가 ‘긴급출국금지’ (한겨레신문 / 2019. 03. 22.)

사례 2. ‘계엄문건’ 실무진 진술조서…”조현천, 계엄령 세니까 위수령 먼저” (JTBC / 2019. 11. 12.)

사례 3. [단독] CJ 장남, 마약 밀수 공항적발…변종대마 양성 반응 (뉴시스 / 2019. 09. 02.)

정답은 위 세 건의 기사 모두 수사기관 관계자의 피의사실 공표에 근거한 피의사실 보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기사는 검찰 수사를 받을 예정이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법무부가 긴급출국금지를 했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기사는, 이른바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실무자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의 내용이다. 세 번째 기사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씨가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공항에서 적발돼 검찰이 입건했다는 것이다. 세 기사 모두 누군가에 대한 수사와 관련된 내용, 즉, 피의사실을 보도한 것이며, 취재원 역시 수사기관 관계자로 추정된다. 모두 전형적 의미의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사실 보도인 것이다.

하지만, 위 세 건의 기사를 보면서 최근 피의사실 공표나 피의사실 보도라는 말이 사용될 때의 부정적 의미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위 세 건의 기사가 전달하고 있는 팩트가 보도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의사실 공표나 피의사실 보도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거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국민의 알 가치가 있는 공익적 정보를 취재하거나 보도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수단이고, 또 사용되어야만 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사실 보도는 각각 무엇을 의미하고, 그 정당성과 가치는 어떤 기준에 입각해 인정될 수 있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 피의사실 공표의 정당성 기준

먼저 명확히 해야 할 것은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사실 보도는 구분되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피의사실 공표의 주체는 수사기관 또는 수사기관 관계자이다.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소제기 이전에 외부에 알리는 행위가 피의사실 공표이다. 반면 피의사실 보도의 주체는 주로 언론인이다. 보도 대상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실을 보도하는 행위가 피의사실 보도이다.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사실 보도는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함께 일어나는 행위는 아니다. 수사기관 관계자가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을 기자가 보도하면 피의사실 보도가 된다. 하지만, 수사기관 관계자가 공표하지 않아도 기자는 피의자나 변호인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취재 또는 수사와 관련된 물적 증거를 직접 확보하는 방법을 통해서도 피의사실을 보도할 수 있다. 또한,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는 공판청구 이전의 피의사실 외부 공개를 뜻하는 반면, 언론의 피의사실 보도는 엄밀히 말해 공판청구 이전과 이후의 보도를 모두 포괄한다. 다만, 공판청구 이전의 피의사실 보도를 피의사실 공표와 연관지어 문제삼는 경우가 많다.

피의사실 공표는 우리나라에서 형사처벌되는 행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입법례를 찾기 힘든 조항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형법 126조는 피의사실공표죄와 처벌 조항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형사처벌되는 행위인 피의사실 공표에 정당서이나 공익성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명제인가? 그렇지 않다. 형법 조문 상으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있을 경우 법률적으로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을 뿐 아니라,공익성이 크다고 인정될 경우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비슷한 경우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다. 피의사실공표죄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인권 선진국에서는 찾기 힘든 조항이지만 우리 형법은 진실된 사실을 널리 알린 행위일지라도, 그 행위가 누군가의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항을 문언 그대로만 해석할 경우 고위공직자를 포함한 공인(公人)에 대한 언론의 고발성 보도는 예외 없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공인의 비위에 대한 고발성 보도는 합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거나, 내용이 사실에 부합할지라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공인에 해당하는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법 307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처벌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인에 대한 진실된 고발 보도는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뿐 처벌되지는 않는다. 공인과 관련된 ‘사실(팩트)’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알 권리’가 있는 정보로 평가되며, 따라서 이를 보도한 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피의사실 공표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요건은 정보의 ‘공익성’이다. 수사기관 관계자가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 중 공적으로 알 만한 가치가 없는 사적인 정보를 외부에 알리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가 공중이 알 권리를 가지고 있는 공익적 정보일 경우에는, 피의사실 공표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되는 셈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2019년 11월 12일 JTBC가 보도한 피의사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실무자들이 검찰 조사에서 조현천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아서 계획을 수립했다고 진술했다는 사실 등은 국민에게 알 권리가 있는 ‘공익성 있는 피의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피의사실이 공익성 있는 정보라고 해서 공판청구 전에 수사기관이 이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수사기관이 개인의 기본권을 상당 부분 제약할 수 있는 권리인 강제수사권을 부여받은 것은 범죄 혐의 규명을 위한 것이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것이기 아닌 만큼,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가 비록 진실되고 국민들이 알 가치가 있는 공익성 있는 정보일지라도, 수사기관 관계자가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하는 이외의 목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이전에 외부에 알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알 권리가 있는 공익성 있는 진실한 정보라고 할지라도,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이전에 외부에 알리는 행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각각의 구체적 상황에서 정당성을 인정할 만한 조건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었다는 피의사실 공표 ‘목적의 정당성’, 공판청구 이전에 피의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을 경우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경우에 해당하는 ‘긴급성’, 피의사실이 공표됨으로써 수사 대상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정도보다 공표 행위로 인해 실현되는 공익의 크기가 더욱 커야 한다는 공적 이익의 ‘균형성’ 등을 고려해야 할 조건으로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 피의사실 보도의 정당성 기준

그렇다면 피의사실 공표와 구분되는 개념인 피의사실 보도의 정당성에는 어떤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지 살펴보도록 하자. 앞서도 설명했듯이 피의사실 보도 행위는 피의사실 공표와 달리 주로 언론인에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피의사실 보도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유 등을 논의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피의사실 보도 행위는 피의사실 공표와 마찬가지로 보도의 대상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이므로 어떤 조건에서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피의사실 보도에 있어서도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정당성 조건은 보도되는 피의사실의 ‘공익성’이다. 즉, 보도의 내용인 피의사실이 공적인 사안 또는 공적인 인물에 대한 공적인 정보, 국민에게 알 권리가 있는 정보여야 한다. 그러나 피의사실 보도의 경우에는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죄의 구성요건에 포함되어 있는 ‘공판 청구 이전’이라는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판 청구 이전 공표 금지’라는 조건은 공판청구를 통해 수사의 결론을 발표하는 형사사법기관 관계자들에게 부여되는 조건이지만, 보도의 정당성과 형사적 혐의 인정 여부는 별개이기 때문에 피의사실 보도의 주체인 언론인에게 공판 청구 이전에 보도를 관련 사실을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은 적용될 수 없다.

예컨대, 고위공직자의 과거에 저지른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되어서 경찰이나 검찰이 명확한 결론 없이 종결한 사건이 있다고 해도, 언론은 공소 제기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 과정에서 수사 기관이 확보한 고위공직자의 과거 행위에 대한 자료나 팩트를 보도할 수 있다. 공판청구 전후 또는 공판청구 여부와 언론 보도의 정당성은 필연적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언론에게는 피의사실이 진실되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보도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의사실 보도의 정당성을 논할 때 ‘공판 청구 이전에 이뤄져야 할 긴급성이 있는지’는 조건은 인정되기 어렵다. 다만, 보도하는 피의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 보도하는 피의사실의 공익성, 피의사실이 보도됨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과 훼손되는 보도 대상의 명예 사이의 비교 등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 진영논리와 피의사실 공표/보도에 대한 잘못된 비난

그런데 최근 피의사실 공표나 보도에 대한 비판이 우려스러운 것은 이 같은 비판이 진영논리에 입각해 일관성 없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피의사실 공표’나 ‘피의사실 보도’라는 용어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언론 보도는 피의사실 공표다.”같은 식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피의사실 공표’라는 규정 자체가 기사에 대한 가치평가가 될 수는 없다. 피의사실 보도는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다만 피의사실 공표 또는 보도의 정당성이 있는지를 따져볼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피의사실 공표 또는 보도 자체가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식의 잘못된 주장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피의사실 공표 또는 보도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피의사실 공표 또는 피의사실 보도에 대한 평가가 비일관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즉, 진영논리에 따라 어떤 피의사실 공표/보도는 가치 있는 보도로 평가하고, 이와 다른 피의사실 공표/보도에 대해서는 부당한 보도로 평가하는 이른바 ‘내로남불’식 평가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의사실 공표/보도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거나, 피의사실 공표/보도가 자신이 소속된 진영의 이익에 봉사할 때는 이를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보도를 놓고 피의사실 공표/보도라고 비난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학의 전 차관 등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거나, 오히려 적극 환영했던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여야 정당과 주요 정치인들도 피의사실 공표/보도에 대해 사건마다 입장을 바꿔가며 ‘내로남불’식 평가를 서슴지 않고 있다.

대상이 조국 전 장관이든 박근혜 전 대통령이든 피의사실 공표/보도에 대한 정당성 판단 기준은 일관적이어야 한다. 목적의 정당성, 긴급성, 공적익과 사적 명예권의 균형이나 (피의사실 공표 판단 기준), 보도의 공익성(피의사실 보도 판단 기준)에 따라서 각각의 기사를 평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이뤄지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에 대한 비난은 진영논리에 따른 비일관적 평가인 경우가 훨씬 많다. 오히려 이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장되어야 할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는 위축될 뿐만 아니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피의사실 공표/보도와 그렇지 않은 보도가 구분되지도 않은 채 사회적 혼란만 커지고 있다. 진영논리에 입각한 ‘내로남불’이 피의사실 공표/보도의 정당성 기준 자체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피의자의 권리와 알 권리의 조화를 위하여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사실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을 위해 분명히 필요한 수단이다. 다만, 그 정당성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에 대해 진영논리에 입각해 사안마다 비일관적으로 평가하는 현상은,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를 통한 공익의 실현을 방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이 같은 비난 여론 속에서 성급하게 마련된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사실 보도 행위까지도 억누르고, 민주주의 사회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형사사법 기관의 수사, 기소, 재판, 그리고 언론의 공적인 고발 기능은 원칙적으로 대상자의 인권을 일정 정도 침해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같은 활동을 법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정당한 방법으로 진행될 경우) 이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당사자의 명예나 인권보다 더욱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공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하거나, 행위를 원천봉쇄하거나, 우리 편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비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이다.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의 필요성과 정당성 조건

메신저의 이름 가리고 메시지 해독하기

神들의 메신저 ‘헤르메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한다면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메신저 이름 가리기’일 것 같다.

메신저가 누구 편인지 따져보지 않으면 메시지 해독 자체를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현상을 ‘진영주의적 난독증’이라고 명명해보련다.

정치적 주장이든, 외교 안보에 대한 평가든, 검찰 수사에 대한 분석이든,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이든, 어떤 주장이든 무슨 논리든, 제발 메신저의 이름을 가리고 메시지를 해독해 본 연후에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갑자기 왜 이런 불평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경이로운 방식으로 증명했음에도 여백이 너무 모자라 적지 않겠다…는 건 농담이고, 이런 얘기는 사석에서.

(덧붙이는 말: 물론 메신저를 파악하는 것은 메시지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요즘은 메신저를 보고 메시지를 해독하는 현상이 과잉되어도 너무나 과잉된 것 같다. 그 폐해가 훨씬 크다)

메신저의 이름 가리고 메시지 해독하기

탐사보도와 비판의 일관성

IRE(전미탐사보도기자협회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전에 국내 교육을 받을 때 새로운 걸 많이 배웠다. 그 중 하나가 ‘탐사보도는 기계적인 중립 보도와 대척점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안에 대한 가치 평가 없이 ‘A는 이렇게 말했고, B는 이렇게 말했다’는 방식으로 기계적 중립을 취하는 대신, 충분한 취재를 통해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시청자에게 제시하는 것이 탐사보도의 본령이라고 배웠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기억하는 지난 정권 때 여러 매체의 탐사보도들도 그랬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박근혜 5촌 조카 살인 사건 의혹’, ‘나경원 피부과 의혹’, ‘나경원 자녀 특혜 입학 의혹’ 등은 기계적 중립에 머물지 않고, 취재기자가 장기간 취재를 통해 확인한 팩트와 함께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나름대로 드러낸 보도들이다.

과문하지만 저런 보도들을 나왔을 때, ‘보도의 가치 유무와 별개로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들은 적은 없었다. 왜 권력을 가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나경원 의원의 의혹만 보도하고, 야당 의원들에 대해선 똑같은 잣대를 가지고 전수보도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위에서 예를 든 보도는 주간지나 탐사보도 전문매체의 기사고 지상파 방송 보도는 그래선 안 된다라는 주장이라면, 아래 김종원 기자가 설명했듯이, 손혜원 의혹을 발굴보도한 SBS 탐사보도팀 ‘끝까지 판다’가 삼성 관련 의혹을 지금 못지 않게 집중보도했을 때 역시 그런 비판을 받은 적이 없다는 걸 환기하고 싶다. 왜 삼성 의혹만 보도하냐, 다른 대기업도 전수 조사하란 지적도 없었다.

지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쪽은 민주당이다. 손혜원 의원은 보도 당시까지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문광위 간사였고, 지금도 청와대와 가까운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권력자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해 탐사보도팀이 집중보도를 했는데 이를 두고 지나치게 많이 보도했다고 지적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권력은 상대 편이 잡았을 때는 악한 것이고, 우리 편이 가지고 있을 때는 선해지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권력에 대한 감시보도는 상대 편이 권력을 잡았을 때는 많을 수록 좋고, 우리 편이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는 너무 많으면 부적절한 것이 아니다. SBS 탐사보도팀의 손혜원 보도가 지나치게 많았다고 주장하시거나, 다른 의원들에 대해선 똑같이 보도하지 않았으니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이점을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 이런 걸 밝혀야 하나 싶지만… 나는 탐사보도팀 소속도 아니고, 이 글은 당연히 SBS 공식입장도 아니다.)

탐사보도와 비판의 일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