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틀린 글

너무 틀린 곳이 많아서 하나하나 지적하기도 힘든 글. 다만 이 글이 이미 인터넷에 올라온 지 이틀 이상 지났으니, 이 글이 끼친 사회적 해악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제가 쓴 글을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음.

나는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어느 시점부터는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음. 하지만 이런 글이 너무나 많이 쏟아지기 때문에 조국과 검찰개혁 그리고 법조를 취재하는 기자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인식이 확산돼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임.

이런 글을 읽으면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이슈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됨. 내용을 잘 모르면서 이런 글을 썼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고, 내용을 잘 아는데 이런 글을 썼다면 고의적으로 왜곡한 것임.

이 글에서 문재인 정부 이전의 시기에 대한 서술은 별로 논할 것이 없음. 사실관계는 대부분 확정이 된 상태고 글쓴이의 평가에 대해서까지 논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함. 물론 이 대목에도 사실관계를 비튼 대목이 적지 않지만 일단 넘어가겠음.

명백하게 잘못된 곳이 특히 많은 대목은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아래 제시한 대목들이 핵심인데 전부 사실이 아님. 본인의 평가나 해석을 차치하고 사실을 왜곡해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유포하는 것은 사회에 큰 해약을 끼치는 행위임.

틀린 곳이 너무 많지만 도저히 다 지적할 수는 없기에 핵심적인 몇 개 대목에 대해서만 논하겠음.

1.

“조국은 거대 권력과는 거리가 있었고, 밝히는 것들도 범죄나 공적 비리와는 거리가 먼, 일신의 부도덕함과 위선이었다.”

=> 조국은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사실상 직행한 상태였음. 장관에서 사퇴한 후에도 여당 실세 의원들 중 상당수가 조국을 지키겠다고 옹위에 나섰음.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사람이 거대 권력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 거대 권력은 대통령 뿐이라는 이야기? 아니면 트럼프 정도는 되어야 거대 권력인가?

게다가 입시비리는 중대 범죄임. 입시비리 관련해서 조국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기소된 주요 혐의 중 한 가지만 유죄가 나오더라도 징역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음. 인정되더라도 통상적으로 기소하지 않거나 징역형을 선고하지 않는 가벼운 범죄가 전혀 아님. 아래는 8달 전 다른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다룬 기사임.

심지어 정유라와 관련해서는 리포트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리포트를 제출한 것처럼 점수를 줬다는 이유 등으로 이화여대 교수 등이 구속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은 적도 있음. 조국 역시 청문회에서 자기 입으로 입시비리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음.

2.

“하지만 입시비리 뿐 아니라, 그 어떤 혐의에서도 조국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은 없었고, 공권력을 남용하지도 않았다. 검찰이 짜내어 수사를 벌였지만, 구속대상조차 조국이 아닌 정경심이었다. 70여곳을 압수수색했음에도 조국 수사는 불기소로 끝나버렸다.”

=> 조국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음.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정권 실세들의 부탁을 받고 민정수석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해 명백한 비위 혐의를 묵살하거나 무마했다는 것. 공권력을 남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법원 판단을 봐야겠지만, 공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조국이 기소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름.

특히 유재수를 구해달라는 정권 실세들의 부탁들 받은 것, 감찰 담당자였던 박형철 등의 명확한 건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공식적 처분을 하지 않은 것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법정 직접 증언으로 사실로 확인됐음. 법리적으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는지와는 별개로 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사실임. 공권력을 남용했는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떠나서 관련자들의 법정 증언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만 놓고봐도 조국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됨.

사실 길게 말 할 것도 없이 ‘조국 수사가 불기소로 끝났다’라고 쓴 것부터 이미 완전히 틀린 문장임. 조국 본인은 유재수 관련 혐의 외에도 장학금 관련 혐의 등 다른 혐의로도 기소됐음. 불기소로 끝난 적 없음.

3.


“라임 사태를 두고서 검찰은 또 언론을 활용한다

라임은 한국 사모펀드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낸 사기로, 주범 중 하나인 김봉현은 4월 구속되었다. 그런데 이후 김봉현 수사는 계속해서 청와대 행정관, 강기정 등의 키워드가 나오며, 마치 여당이 개입된 게이트인 냄새를 풍겼다. 그러나 이후 김봉현은 검찰 진술을 뒤엎고, “야당 유력 정치인에 로비를 했으나,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의 권력형 수사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른다.”

=> 청와대 행정관 관련 의혹은 검찰과 아무 관계 없이 SBS가 라임 사건 피해자로부터 제보를 받은 후 검찰관 관계 없이 취재해 보도한 것임. 이는 제보자인 방송인 김한석 씨가 보도 이후 법정에 증인으로까지 나가면서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임.

그런데도 청와대 행정관 관련 의혹을 제시한 대목의 소제목으로 “라임 사태를 두고서 검찰은 또 언론을 활용한다.”라고 말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가까운 행위로 판단됨. 관련 의혹을 처음으로 발굴하고 보도한 기자로서 매우 유감임.

또한, 여권 정치인 관련 소식은 검찰이 아니라 김봉현의 측근이 언론에 먼저 제보한 것임. 이에 대해서는 김봉현의 측근이 법정에 나가서 김봉현의 지시를 받고 제보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음.


▶ 결론 및 한줄 요약: 이런 글은 읽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