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의 이름 가리고 메시지 해독하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한다면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메신저 이름 가리기’일 것 같다. 메신저가 누구 편인지 따져보지 않으면 메시지 해독 자체를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현상을 ‘진영주의적 난독증’이라고 명명해보련다. 정치적 주장이든, 외교 안보에 대한 평가든, 검찰 수사에 대한 분석이든,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이든, 어떤 주장이든 무슨 논리든, 제발 메신저의 이름을 가리고 메시지를 해독해 … Continue reading “메신저의 이름 가리고 메시지 해독하기”

[취재파일] 판사·연예인·김학의의 인권과 일관된 이중성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워 묻고 또 묻는 것은 근대 이전의 ‘네가 네 죄를 알렷다’고 고문하는 것과 같다.” “밤샘수사는 피의자·변호인이 동의해도 위법” “(밤샘수사로 작성된) 이런 조서의 증거 가치를 배척하면 단박에 고칠 수 있다.” “형사재판 법관 한 명의 결단만 남았다.” ● ‘밤샘수사’에 대한 결기 있는 비판…지금은? 음주운전 수사 축소 의혹 등과 관련해 가수 최종훈 씨(前 FT아일랜드)가 경찰에서 … Continue reading “[취재파일] 판사·연예인·김학의의 인권과 일관된 이중성”

9명의 어머니

기자로 일한 지 올해로 13년째다. 그중 사회부 기자로 9년쯤 일했다. 일하면서 만난 사람은 수천 명이 넘는다. 좋은 일로 만난 사람은 별로 없다. 누군가에게는 아픈 일을 취재하기 위해, 아픈 일을 겪었거나, 아픈 일을 다루는 사람들을 만났다. 험한 직업이다. 아픈 일도 겪다 보면 익숙해진다. 아픈 일을 겪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도 무던해진다. 일이니까. 매번 슬퍼하고, 매번 격렬해져선 일을 … Continue reading “9명의 어머니”

안희정을 재판한 ‘양승태의 입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해서 1심 재판부는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오늘 2심 재판부는 사실상 전부 유죄(공소사실 10개 중 9개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 판결도 2심 판결도 나름의 논리를 개진하고 있으니,이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각각의 판결 논리를 검토해 본 뒤 옳고 그름을 판단해 보면 될 것이다. 다만, 1심 판결 때 담당 재판장이 양승태의 공보관 출신이어서 … Continue reading “안희정을 재판한 ‘양승태의 입들’”

탐사보도와 비판의 일관성

IRE(전미탐사보도기자협회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전에 국내 교육을 받을 때 새로운 걸 많이 배웠다. 그 중 하나가 ‘탐사보도는 기계적인 중립 보도와 대척점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안에 대한 가치 평가 없이 ‘A는 이렇게 말했고, B는 이렇게 말했다’는 방식으로 기계적 중립을 취하는 대신, 충분한 취재를 통해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시청자에게 제시하는 것이 탐사보도의 본령이라고 배웠다. 돌이켜 … Continue reading “탐사보도와 비판의 일관성”

성창호 탄핵을 진짜 검토했나

김경수 지사 재판과 관련해 민주당에서 해당 법관 탄핵을 진작에 추진했는데 야당이 반대해서 지지부진한 상태였다는 주장이 있어서 몇 마디 덧붙인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소추 대상 법관으로 “당에서 5~6명을 검토 중”이라면서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민주당은 그 이후 명단을 아직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법농단 사안에 대한 관여의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해 볼 때, 홍영표 … Continue reading “성창호 탄핵을 진짜 검토했나”

사법농단은 그렇게 이용될 사건이 아니다

사법농단은 재판의 독립과 사법 정의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다한 끝에 가까스로 드러난 사건이다.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고 사표를 제출한 이탄희 판사의 용기 있는 행동에서 시작돼, 법원 자체 진상 조사의 부실함을 여러 판사들이 잇달아 지적했고, 언론인들은 고발 보도를 이어갔으며,마침내 검사 수십 명이 투입돼 여러 달에 걸쳐 철저히 수사한 끝에 세상에 … Continue reading “사법농단은 그렇게 이용될 사건이 아니다”

양승태 구속

길고 길었던 한 단락이 마무리됐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될 때도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다. 그동안 있었던 놀라운 일들을 지켜보고 기록하느라 내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해졌지만, 이제는 역사의 한 채프터가 확실하게 넘어간 것 같다.

[취재파일] 서영교와 양승태의 공통점과 차이점

※ 아래 취재파일을 소개하면서 2019년 1월 21일 페이스북에 쓴 글 [누구에게나 선의는 있다] ‘선의로 했으니 다르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니 다르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믿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선의가 있고, 누구에게나 온힘을 다해 소중하게 살아온 인생이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이 나쁜 사람들이라 비판받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자리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에 … Continue reading “[취재파일] 서영교와 양승태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렇다면 고발을 취하하십시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선 적자국채 등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동연 전 부총리가 아주 적절하게 잘 해명을 했다”고 말하면서, 김 전 부총리의 페이스북 글과 비슷한 취지의 답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젊은 공직자가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 소신을 가지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전제했습니다. 하지만, … Continue reading “그렇다면 고발을 취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