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고발을 취하하십시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선 적자국채 등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동연 전 부총리가 아주 적절하게 잘 해명을 했다”고 말하면서, 김 전 부총리의 페이스북 글과 비슷한 취지의 답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젊은 공직자가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 소신을 가지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전제했습니다. 하지만, “정책 결정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신재민 사무관이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고”며 “정책 최종 결정권한은 대통령에게 있고, 국민들이 선거를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재민 사무관이 “그 문제를 너무 비장하게 너무 무거운 일로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도 했습니다.

김동연 전 부총리의 설명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의 답변도 신재민 전 사무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따뜻한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와 문 대통령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이미 퇴직한 김동연 전 부총리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신재민 전 사무관을 공무상기밀 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기획재정부를 지휘하는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의 말 대로 “신재민 사무관이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서 결정된 것”에 대해 신 전 사무관이 잘못된 폭로를 했다면,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허위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공무상 기밀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재부의 이번 조치도 공직 사회의 내부 고발자들에 대해 지난 정부들이 그랬던 것 처럼 신 전 사무관의 입을 막기 위해 무리한 고발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기재부의 조치는 “그 문제를 너무 비장하게 너무 무거운 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문 대통령의 신 전 사무관에 대한 충고와도 배치됩니다. 친정인 기획재정부에게 고발을 당해,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생 한번 겪기도 어려운 검찰 수사를 준비해야 하는 신 전 사무관이 이 문제를 “너무 비장하게 너무 무거운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비장하고 무거운 일이라는 것은 인권변호사로 오랫동안 일해온 문 대통령이 더욱 잘 알 것입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이 맞는지, 아니면 적자국채 관련 정책 등은 종합적이고 정상적 검토 끝에 이뤄진 일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맞는지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진위가 검찰에서 가려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신 전 사무관의 소신을 존중하고 염려하다면, 검찰 수사의 부담을 신 전 사무관 개인이 감당하는 상황 역시 대통령의 뜻과 맞지 않을 것입니다.

기획재정부의 다른 정책에 대해 최종 결정 권한을 행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 고발 역시 문 대통령이 취하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Posted in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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