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아쓰시 “산월기”

  나카지마 아쓰시의 <산월기>를 읽었다. 33살에 세상을 떠난 작가의 짧은 소설들을 모은 책이다. 모든 작품이 주인공의 파멸로 마무리된다. 타협을 수치라고 생각하는 소심하고 사실은 거만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읽는 것도 고통스러울만큼 비참하게 파멸하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납득할만하다고 여겨진다면 내가 이상한 것인가, 아니면 작가가 의도한 것인가. 원래 편치 않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 책. (** 2017년 1월 25일 페이스북에 … Continue reading “나카지마 아쓰시 “산월기””

법치주의와 형평성

영장 기각은 판사의 재량이다. 이를 따르는 것이 법치주의다. 하지만 법치주의가 판사의 결정을 비판해선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법리적으로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 ‘형평성’이다. 시의원에게 수 천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조명 설비 업자에 대해선 시원하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대통령 측에 수백 억 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삼성 그룹 총수에 대해선 18시간 동안 … Continue reading “법치주의와 형평성”

2016. 08. 16. 페이스북에 쓴 글

요즘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트렌드는 ‘제도권 엘리트’의 담론 시장 진출이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이야기들은 최근까지도 ‘논객’이나 블로거들이 주도했다. 이들의 주된 비판 대상은 주류 언론이나 대기업, 그리고 관료로 대표되는 제도권 엘리트와 그들의 논리였다. 음모론과 선동적 이야기가 인기를 끈 것도 이런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그러나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또는 단행본을 통해 대중적 담론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제도권 엘리트가 눈에 … Continue reading “2016. 08. 16. 페이스북에 쓴 글”

2016. 08. 16. 페이스북에 쓴 글 – 건국 논쟁 관련

“大韓民國 建國 50年史는 우리에게 榮光과 汚辱이 함께 했던 波瀾의 시기였습니다. (후략)1998年 8月 15日大統領 金 大 中” 오석태2016년 8월 16일 ·大韓民國 建國 50年史는 우리에게 榮光과 汚辱이 함께 했던 波瀾의 시기였습니다. 國土分斷과 同族相殘 그리고 數十年間의 軍事獨裁로 인한 苦難과 逆境을 이겨내고, 우리는 世界 11位의 經濟大國을 이 땅에 建設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50年만에 이룩한 與野間 平和的 政權交替를 통하여 ‘國民의 … Continue reading “2016. 08. 16. 페이스북에 쓴 글 – 건국 논쟁 관련”

Categories ETC

유술가(柔術家) 트래비스 스티븐스의 올림픽 도전

[** 이 글은 ‘SBS 취재파일’에도 기고했습니다.] ‘브라질’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스포츠는 역시 축구다. 그러나 종합격투기(MMA: Mixed Martial Arts) 팬이라면 다른 스포츠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실전 최강 무술로 통하는 브라질리언 주짓수(BJJ: Brazilian Jiu jitsu)다. 요즘은 서울의 웬만한 동네엔 주짓수 체육관이 있을 정도로 일반인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무술이 됐다. 주짓수는 유도에 뿌리를 둔다. 올림픽 종목인 유도는 1882년 일본의 … Continue reading “유술가(柔術家) 트래비스 스티븐스의 올림픽 도전”

세르게이 브린 현장 인터뷰(번역)

3월 12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3번째 대국이 끝난 후 호텔을 빠져나가는 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창업자)를 붙잡고 인터뷰했다. 조용히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언제 또 이런 거물을 인터뷰하나 싶어서 무작정 길을 막고 물어봤다. 의외로 친절하게 답을 해주더라. 대화하고 있으니 외국 기자들이 끼어들고 조금 뒤부터 한국 기자들도 몇 명 참여해 미니 기자회견이 되었다. 아래는 문답 내용 번역. 급하게 번역한 것이라 … Continue reading “세르게이 브린 현장 인터뷰(번역)”

비자금이 뭔가요?

전승절에 맞춰 제작했던 ‘전승절이 뭔가요?’의 후속작, ‘비자금이 뭔가요?’ 뉴스에 자주 나오지만 정확한 뜻은 사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개념을 8비트 그래픽 포맷에 얹어 설명하는 콘텐츠다. 일종의 뉴스용어 설명 동영상인데, 지난 번 작품은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는 콘텐츠로서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고 대신 ‘해석’이나 ‘설명’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보도가 아니라 교양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콘텐츠. … Continue reading “비자금이 뭔가요?”

[웨스트윙] 동성애와 성경

한때 좋아했던 미드 ‘웨스트윙’, 뒤로 갈수록 미국 정치를 지나치게 미화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러나 소수민족 출신 대통령(시즌6와 7의 주제)이라는 그저 민주당 판타지처럼 보였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 ‘웨스트윙’ 작가인 아론 소킨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은 정치 컨설턴트 데이비드 엑슬로드다. 엑슬로드는 이후 오바마 진영에 합류해 사상 최초의 아프리카계 대통령을 만들었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을 현실로 … Continue reading “[웨스트윙] 동성애와 성경”

[모션그래픽] 전승절이 뭔가요?

디자이너 정순천, 안준석 씨와 함께 만든 모션그래픽. 뉴스에 많이 나오지만 정확히 모르는 개념을 뉴미디어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세대(10대-20대)가 친숙하게 느끼는 문법으로 풀어보려는 의도였다. 9월 3일 업로드 후 9월 7일 오전 11시 43분 현재 페이스북 동영상 플레이 수(도달수 말고 조회수) 11만 8,186회를 기록했다. 댓글 반응도 지금까지 만든 콘텐츠 가운데 가장 좋았다. 스낵 콘텐츠가 아닌 정통 시사 … Continue reading “[모션그래픽] 전승절이 뭔가요?”

송강호는 김용철이 될 수 있을까? – 윌 스미스의 ‘뇌진탕’

  영화 ‘뇌진탕(Concussion)’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12월 개봉 예정이다.(미국 기준) 주연 배우인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벌써 나온다. 영화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윌 스미스가 연기한 법의학자 베넷 오말루 박사는 2002년 전직 미식 축구 선수의 뇌를 부검한 결과 CTE(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증상을 발견했다. CTE는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아 뇌가 크게 손상되는 병이다. CTE 환자는 … Continue reading “송강호는 김용철이 될 수 있을까? – 윌 스미스의 ‘뇌진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