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는 김용철이 될 수 있을까? – 윌 스미스의 ‘뇌진탕’


 

영화 ‘뇌진탕(Concussion)’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12월 개봉 예정이다.(미국 기준) 주연 배우인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벌써 나온다.

영화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윌 스미스가 연기한 법의학자 베넷 오말루 박사는 2002년 전직 미식 축구 선수의 뇌를 부검한 결과 CTE(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증상을 발견했다. CTE는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아 뇌가 크게 손상되는 병이다. CTE 환자는 우울증이나 치매에 시달린다. 비슷한 증상인 복싱 선수들의 펀치 드렁크는 오래 전에 발견됐다. 그리나 미식축구가 심각한 뇌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오말루 박사가 처음 세상에 알렸다.

오말루 박사는 어떻게 됐을까?

미국이라고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았다. NFL(미국 미식축구 리그)는 미식축구와 뇌손상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NFL은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조사위원회의 결론은 오말루 박사를 비롯한 다른 뇌신경학자들의 연구결과와 달랐다. NFL 직원들은 언론에 나가 오말루 박사가 사기를 치고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언론에 나가서 나를 모욕했습니다. 내가 의술을 행하지 않고 부두교 의식을 행한다고 말했죠.

– 베넷 오말루 박사

willsmith-concussion

2009년,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 의회가 NFL 임원들을 청문회에 불러내 뜨겁게 달궈줬다(grill). NFL은 태도를 바꿔 오말루의 연구 결과를 인정했다. 선수 보호를 위해 규칙을 바꾸고 뇌진탕과 CTE 연구를 위해 돈을 내놨다. 윌 스미스가 출연하는 영화도 제작됐다. 해피엔딩이다.

용감한 고발은 어렵다. 힘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불편한 진실을 덮으려고 시도한다. 2002년 미국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이 문제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의회는 사기업인 NFL 임원들을 불러서 뜨거운 맛을 보여줬다. (기업인들을 국감에 불러내는 것이 후진적 정치문화라고 비판하는 어떤 사람들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결국 미국에서 가장 큰 프로스포츠 리그인 NFL이 무릎을 꿇었다. 시스템이 작동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용감한 고발자는 결국 영웅이 됐다.

우리 사회에도 용감한 고발자가 부족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 용감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불행해졌다. 해피엔딩은 없었다. 이들을 소재로 대중 영화를 만들기는 어렵다. 대중은 슬픈 결말을 사랑하지 않는다. 삼성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를 김윤석 씨나 송강호 싸가 연기할 수 있을까? 적어도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다. (이런 영화가 나온다 한들 CGV에서 볼 순 없겠지…)

12월에 나올 ‘뇌진탕(Concussion)’은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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