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자신의 일을 하십시오”

대통령이라면 예리한 감시의 시선을 예상치 않고 그 자리에 오르지는 않겠죠. 그들에겐 항상 날카롭게 감시하는 눈길들이 꽂힐 겁니다. 그것이 건전한 상태고요. 대통령이라면 “옳은 일이다. 좋은 일이다. 나는 어떤 조사도 기쁘게 받겠다.”라 말해야 합니다. 그것이 안전하고 확실한 행동입니다. 미디어를 악마로 만드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미디어를 저질이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에게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있고, 이는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은 이런 국가의 법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적 규범 역시 그에 해당되죠. 우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이유는 신문에 실린 이야기를 믿기 때문입니다. 헌법을 공격하는 이들은 그때마다 헌법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확고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미디어는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이며, 우리는 미디어가 맡고 있는 사회적 책무를 끝까지 해낼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런 말은 야당 정치인이나 조선일보 같은 보수 성향 신문사주가 할 법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글은 우리나라 사람이 쓴 것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대주주이자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의 글이다.


베조스는 ‘기레기’들을 옹호하는 보수적인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 성향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말을 한 것 뿐이다.


그런데도 미국이라는 맥락을 제거하고 이 글을 읽으면 마치 (우리나라 기준으로) “진보적” 정치세력이나 “진보적” 집권세력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처럼 해석된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나라 사회의 “진보적” 집권세력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베조스의 글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마틴 배런(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은 언제나 뉴스룸에서 더없이 중요한 점을 지적할 것입니다. “행정부는 우리와 전쟁 중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행정부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죠. 그저 자신의 일을 하십시오. 그저 자신의 일을 하십시오.” 저는 그의 이런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워싱턴 포스트]에서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저 역시 그렇게 말합니다.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제프 베조스 지음 이영래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년, 94-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