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거짓말이 적게 보도되는 이유

현 정부와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면 습관적으로 이렇게 되묻는 사람들이 있다.

“언론은 조국의 의혹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보도했으면서, 000 의혹에 대해서는 왜 보도량이 적은가.”

일단 이런 사람들이 ‘언론’이라고 묶어서 부르는 수백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언론사들이 조국 이슈 같은 정치적 사안과 관련해 하나의 집단으로 호명될 만큼 비슷한 가치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언론 집단 일반의 성향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청와대 민정수석을 하다가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정권 실세의 청문 과정에서 밝혀진 여러 가지 의혹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의혹보다 언론이 더 비중있게 보도한 것은 당연한 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그 인물이 다년 간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다른 이들의 위선을 날카롭게 지적해왔고, 심지어 ‘죽창가’나 ‘대선-진로-좋은데이’ 같이 대중이 관심가질만한 소재까지 스스로 제공해왔다면 더욱 그렇다.

사실 이같은 기준은 조국 전 장관 본인에 대한 보도에도 여전히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공직에서 물러난 지 1년쯤 지난 지금, 조국 전 장관의 거짓말 또는 약속 불이행 사례가 잇달아 드러나고 있는데도 과거와 같은 정도로 많은 기사는 나오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는 조국이 더 이상 현직 고위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가지만 꼽아보자. 조국 전 장관은 청문 과정에서 자신의 5촌 조카가 자신의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와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MOU 1건에만 관여했다고 주장) 재판 과정에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측은 사모펀드 운용사를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수십 차례 이상 이야기했다. 심지어 정경심 교수 자산을 관리한 김경록 씨조차도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를 조국의 (5촌) 조카가 운영하던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해 청문 과정에서 아들이 내년에 군대에 갈 거라는 약속도 했다. 그 아들은 아직까지 군대에 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은 얼마 전 ‘아들이 대학원 졸업한 이후에 군대 갈 것’이라고 당당하게 글을 올렸지만, 그렇게 말을 바꿀 거면 애초에 왜 “내년에 갈 것”이라고 자신있게 발언했나? 성인이자 독립적 인격체인 아들의 입대 시기에 대해 공직자인 아버지가 약속하는 것 자체도 적절해 보이지 않지만,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으면서도 여전히 당당한 건 무엇때문인가.

또,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아버지가 만들고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있으며 동생이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던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의 가족이 웅동학원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약속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난 8월에 보도된 기사를 봐도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은 최소한 그 시점까지 웅동학원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나저나 웅동학원 채무와 직결되는 조국 전 장관의 동생의 위장 이혼 의혹에 대해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 ‘공익과 관계 없는 자극적 가족 사생활 보도’라는 취지로 비난하던 현직 판사를 비롯한 여러 셀럽분들은 요즘 안녕히들 계신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기 전 민정수석으로서 국회에 출석해서 한 발언은 어떤가?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비위 첩보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고 봐서 감찰을 중단했다’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최근 법정에 나와 이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증언했다. 박 전비서관은 유 전 시장과 관련된 상당한 부패 정황을 포착해 조국에게 보고했으며, 사실과 다른 조국의 국회 답변 초안은 자신이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만약 조국이 지금도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다면, 이런 거짓말 또는 약속 불이행에 대한 기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현직 고위공무원의 거짓말 또는 약속불이행에 대해선 더욱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들에게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다해도, 현직이 아니라 전직 고위공무원이기 때문에 조국의 허위 발언에 대한 보도량은 과거보다 적은 것이다. 조국 본인이 논란이 되는 글을 페이스북에 계속 올리지만 않는다면 언론의 관심은 지금보다도 더 작을 것이다.

그러니 조국에 대해서는 집중보도했으면서 000에 대해서는 보도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이야기는 그만하는 것이 좋겠다. 000의 자리에 누구의 이름을 집어넣든, 000이 민정수석이 되거나 법무부 장관이 된 이후에 조국처럼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많은 언론사가 집중 보도할 것이다. 장관으로 내정된 후 ‘대선-진로-좋은데이’ 같은 사진이라도 페이스북에 올린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걱정은 조금 줄여도 좋겠다.

모든 언론사가 같은 기준을 가진 것은 아니다. 언론 일반이 모든 사회적 사안에 대해 공정하게 관심을 배분한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집중보도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는 점이다. 조국에 대한 일련의 검증 보도는 여러 언론사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낸 대표적 사례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취향과 상관 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