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8. 16. 페이스북에 쓴 글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홍성수 (Sung Soo Hong) 교수님이 훨씬 전문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확하게 말씀해주셔서 공유합니다.

이런 식이면 나중에 누군가 ‘6.25는 북침이었다’라든가 주장을 형사처벌하자고 주장해도 막을 수 있을까요.(물론 저는 6.25는 남침, 즉,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사실이 아닌 주장을 비판하고 공론장에서 설 자리를 없게 만드는 것과, 형사처벌을 하자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가짜뉴스 처벌 방침을 비롯해 의사표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자는 이야기가 너무나 쉽게 나오는 지금의 분위기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홍성수

2019년 8월 16일  · 정의당이 일제 역사왜곡죄 입법 추진을 하다니……일본과 관련한 현재 국면에서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해주는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광복절 즈음해서 좋은 입장이 나오길 나름 기대했는데, “일제 역사왜곡·피해자 모욕행위 처벌 입법화”를 제시하다니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그동안 역사부정죄를 정당화해온 근거는 1) 역사적 진실 추구, 2) 피해자 명예 보호, 3) 인간존엄 보호, 4) 소수자 차별 조장 등입니다. 이 중 1)은 근거가 되기 어렵고, 2), 3), 특히 4)가 충분히 논증되어야 역사부정죄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결국 역사부정죄가 가능하려면 ‘현재성’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피해가 중대해서 발언 자체를 형사처벌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어야 한다는거죠. 현재성이라는 요건이 빠지면, 한글창제 왜곡이나 임진왜란 왜곡도 처벌해야 하겠죠. 여기서 현재성이란 (단순히 역사 왜곡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아니라) 역사 왜곡을 통해 피해자 집단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공격이 자행되고 있고 그들이 사회에서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라, 그 역사왜곡 발언을 처벌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난망한 경우를 말합니다. .또한 이번에도 독일 나치옹호죄가 예시로 제시되었는데, 이건 상황이 다릅니다. 유태인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현재성이 있다는 것이 독일 나치옹호죄의 중요한 논거인데, 일제 식민 지배와 관련해서 그런 지위의 소수자 보호 필요성이 한국에 있는지 의문입니다..지금까지 역사부정죄 법안은 1) 일제 식민 지배 옹호 2) 반인륜범죄 옹호, 3) 민주화운동 왜곡, 4) 제주4.3사건 왜곡, 5) 5.18민주화운동 왜곡 등을 대상으로 했었습니다. 저는 이 중 가장 현재성이 있는 사안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고, 일제식민지배 문제는 가장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이걸 다시 끌고 나오다니… 이미 여러 법안이 있었습니다. 1) 일제강점하 민족차별 옹호행위 자 처벌법안 (2005. 8. 12, 원희룡의원 대표발의), 2) 일제 식민지배 옹호행위자 처벌 법률안 (2014. 6. 20., 이종걸 의원 대표발의), 3)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 등을 부정하는 개인 또는 단체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2014. 8. 14., 홍익표의원 대표발의) 등 세 건. 일제를 찬양하거나, 독립운동에 관한 비방, 사실왜곡, 친일 정당화 등을 처벌한다는 내용이었고요. 심상정 대표 워딩은 “진실·화해 차원에서 (사안에) 접근하되 고의로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건데, 이들 법안하고 별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제 식민지배 옹호와 관련한 생존 피해자 집단은 위안부 생존자나 강제 징용 피해자를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그런데 위안부에 대한 모욕 발언은 피해자가 특정되는 사안이라, 현행 법으로 해결가능합니다. 굳이 역사부정죄를 만들 필요가 있을지요. 실제로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요..복잡한 이론 얘기는 접어두고 현실적으로 물어봅시다. 이 법을 만들어서 누굴 처벌할겁니까? 주옥순? 이영훈? 특히 이영훈 교수는 “고의로 역사를 왜곡”한 것인가요? 그의 ‘고의성’이 형사법정에서 인정될 수 있을까요? 일제 역사왜곡 문제가 검찰이 수사하여 기소하고 판사가 유무죄를 가려줘야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요? <반일 종족주의> 같은 책이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반박하는 논의도 충분히 나오고 있지 않나요? 정말로 저자를 감옥에 넣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요?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제 청산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관련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역사 왜곡 처벌 말고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더욱이 정의당 같은 정당이 이 시점에서 치고 나가야 할 지점이 역사 왜곡 처벌 제안은 아니라고 봅니다..역사부정죄에 관련한 여러 해외 이론과 그동안 한국에서 발의된 역사부정죄 법안에 대한 평가는 제 논문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홍성수, “역사부정죄의 정당성 근거: 혐오표현으로서의 역사부정죄의 의의와 역사부정죄 법안에 대한 비판적 고찰”, 법학논총 23(2), 2019, 173-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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