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넌 뭘 잘하니?”

2013년 6월 8일 오후 8시 41분에 페이스북에 쓴 글


“그럼 넌 뭘 잘하니?”
어제 밤, 어머니가 물으셨다. TV에 나온 기자들에 대해 내가 한참동안 인물평을 늘어놓은 뒤 하신 말씀이었다. 농담으로 눙치며 웃어 넘겼지만 오늘 하루 문득 문득 어머니의 질문이 서늘하게 다가왔다.
나는 누군가에게 구체적인 기쁨을 주는 삶을 선망한다. 맛있는 음식을 주는 요리사, 센스 있는 노래를 만드는 음악가, 경탄할만한 움직임으로 보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운동 선수. 이들이 하는 직업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좋아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일이다. 반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1분 이내에 무료해 한다. 과장된 정의감으로 현혹하거나, TV라는 매체가 주는 휘황함으로 분칠하지 않고, 실제 내가 하는 일은 정직하게 설명하면, 반드시 지루해한다. 당연한 일이다.
사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알았던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 있다면, 그건 누군가에게 구체적으로 기쁨을 주는 일과 상관이 없는 것 같단 사실을….
그래도 이 일을 하는 건 두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째, 나는 이 일이 좋다. 슬프게도, 나는 이런 일을 좋아하게 태어난 것 같다. 둘째, 야구에서 강속구 투수와 홈런 타자 뿐 아니라 좌타자 전문 중간 계투와 리드가 좋은 수비형 포수가 필요하듯, 세상엔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더라도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아닐까? 사실 두번째 이유에 대해선 확신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 ‘베를린’에서 한석규 선생이 말씀하셨다.
“일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일이니까 하는거지.”
내일은 일요일 당직 근무다.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