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거짓말

2020년 6월 28일 오후 6시 34분에 페이스북에 쓴 글


** 조국의 거짓말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이었던 김경록 씨에 대해 1심에서 증거은닉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판결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가 조국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했던 해명 문자 메시지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김경록 씨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정경심 교수에게 증거은닉의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문자메시지 내용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는 유시민 씨의 궤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사청문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 측이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9월에 걸쳐 진행된 인사청문 과정으로부터 벌써 10달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명백한 거짓말로 확인된 것이 여럿 있다.
5촌 조카인 조범동 씨가 코링크PE 운영에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라는 조국 전 장관의 주장이 대표적 사례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1달 쯤 전인 지난해 8월, 복수의 언론사는 자체 취재를 통해 조국 전 장관의 부인과 자녀가 출자한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의 실질적 대표가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그러자 조국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기자들에게 공식적인 해명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5촌 조카 조범동의 사모펀드 운용사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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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알려드립니다(8. 19.)]
1.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 실질오너가 조후보자의 친척 조모”라는 의혹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 조모씨는 ㈜코링크PE대표와 친분관계가 있어 거의 유일하게 위 펀드가 아닌 다른 펀드투자관련 중국과 mou 체결에 관여한 사실이 있을 뿐입니다(이건 mou도 사후 무산됨).
– 후보자의 배우자가 조모씨의 소개로 블루코어밸류업 1호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나, 그 외에 조모씨가 투자대상 선정을 포함하여 펀드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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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저 메시지가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이 코링크PE의 실질적 대표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조범동 본인은 물론 정경심 교수도 법정에서 인정하고 있다. 조범동이 코링크PE운영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경심 교수가 애초부터 알고 있었던 것도 분명해졌다.
다시 멀햐, 저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낼 때 조범동의 코링크PE 운영 개입에 대해 최소한 정경심 교수는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조국 전 장관은 “그 외에 조모씨가 투자대상 선정을 포함하여 펀드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라고 전국민을 상대로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의 혐의에 대해 형사법적으로 유죄가 성립될지에 대해선 앞으로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인물이 전 국민에게 이렇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잊고 넘어갈 만한 일인가?
이런 인물에 대해 언론이 추가 취재를 통해 거짓말을 밝혀내고, 형사적 혐의 성립 여부와 관계 없이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조국 사태’ 이전까지는 언론의 검증 취재 과정을 통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난 인물이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의 정상적 작동 방식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왔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 측은 물러나는 대신 ‘정상’의 기준을 다시 정의하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이전까지는 오히려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방식, 즉, 검찰의 특별 수사와 검찰 수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전개되는 언론 보도를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 결과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와 보도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인권 탄압이고 조국 일가는 그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확산됐고 지지층은 촛불집회 형식으로 결집했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고위공직자가 공식적 창구를 통해 국민을 상대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라. 잘못이 드러나면 비판 세력을 악으로 몰아서 편을 가른 후 지지층의 세력 과시를 통해 ‘정면 돌파’하는 것이 게임의 법칙이 된 국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편가르기에 힘을 보태는 언론인과 선동가들이 지위와 영향력, 그리고 돈까지 얻는 사회. 지금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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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위에서 일부를 인용한 문자 메시지 전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2019년 8월 19일에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이다.
[Web발신]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알려드립니다(8. 19.)]
1.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 실질오너가 조후보자의 친척 조모”라는 의혹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 조모씨는 ㈜코링크PE대표와 친분관계가 있어 거의 유일하게 위 펀드가 아닌 다른 펀드투자관련 중국과 mou 체결에 관여한 사실이 있을 뿐입니다(이건 mou도 사후 무산됨).
– 후보자의 배우자가 조모씨의 소개로 블루코어밸류업 1호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나, 그 외에 조모씨가 투자대상 선정을 포함하여 펀드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 웅동학원 관련 “조작된 채권증서”, “양도계획서 위조” 등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후보자 동생이 운영했던 고려시티개발이 정당한 공사대금채권을 보유하던 중 상법에 따른 청산간주절차가 진행되었고, 청산종결간주 이후라도 청산법인은 채권 관련 처리를 위한 범위 내에 존재하고 있었으므로(대법원 94다7607 판결), 고려시티개발이 코바씨앤디 등에 채권을 양도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입니다(청산 당시 고려시티개발의 채무는 없었음).
3. ‘우성빌라 증여세’ 납부 여부 관련입니다.
– 오늘 후보자의 전 제수 조모씨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는데, 후보자측으로부터 우성빌라 구입자금을 증여받았다고 하였습니다. 증여세 납부의무에 대한 지적이 있어 확인 결과 조모씨는 세금납부의무가 있다면 향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4. 후보자 친인척의 프라이버시 보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 법무장관 후보자가 아닌 가족, 친인척에 대한 사진 유포 등 일명 ‘신상털기’가 계속 되고 있어 가족 등은 매우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시 이러한 점을 참고하여 가족들의 프라이버시와 명예가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