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한다


2012년과 2013년, 그리고 2016년 말부터 2021년 중순인 지금까지 서초동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다른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특종도 하고 싶었고, 남다른 인사이트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이곳에서 겪은 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직업인으로서의 나의 존재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을 바꾸고,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고, 잘못한 게 들통나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악마화하고, ‘우리 편’의 죄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 교묘한 말장난으로 세상을 속이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기억하는 것이 저널리스트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허위폭로와 틀린 보도로 드러난 이야기도 물이 빠질 때까지 팔아먹고,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도 못한 채 손발도 맞지 않는 엉터리 치어리더 노릇에만 열중하는 가짜 저널리스트들을 기억하는 것도 내 일이다.

시간이 지나 위선자와 사기꾼들이 과거를 숨기려고 할 때가 오면 반드시 다시 한번 말해줄 것이다. “나는 기억한다.”라고.


“난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의 어깨에서 불타오르는 강습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곁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C-빔들도 봤어. 그 모든 순간들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영화 [블레이드 러너] 중 레플리칸트 ‘로이’의 마지막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