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법무팀’과 ‘법률팀’

요즘 민감한 사건 관련 기사에는 경찰이 내부 법률팀을 꾸려서 법률적 쟁점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종종 보도된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논란 등 경찰의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는 사건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법률팀을 꾸려서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이상해 보인다. 우리나라 행정부는 재판 이전의 형사절차와 관련된 법률 업무를 전담하는 전문가들을 이미 2천 명 이상 선발해놓았기 때문이다. 검사말이다.

같은 정부 안에 형사절차와 관련된 법률적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가 2천 명이나 있는데, 부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 변호사를 뽑아서 같은 업무를 맡기는 꼴 아닌가? 회사에 비유하자면 법무팀에 변호사 2천 명이 있는데, 법무팀과 영업 부서는 부서가 다르다며 또 변호사를 뽑아서 법률 검토를 맡기는 셈이다. 옥상옥이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변호사를 뽑아서 수사 업무와 관련된 법률 검토를 맡기는 이유를 살펴보면 의문이 더욱 커진다. 사건종결 절차에 법률적 문제가 없도록, 검찰에 신청한 영장이 반려되지 않도록,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 반려되거나 불기소 처분되지 않도록 경찰 소속의 변호사가 사전 검토를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에 가서 지적당하지 않도록 경찰 내부에서 사전에 법률 검토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검찰 단계 또는 법원 단계에서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사 과정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경찰이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애초에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한 법률 전문가(검사)의 사법적 통제 기능을 대폭 줄여버린 ‘수사권 조정’이 합리적인 정책이었는지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기 이전의 단계에서 검찰이 법률적 쟁점을 검토하는 것이 ‘수사 지휘’다. 경찰이 (민감한 사건의 경우) 자체적으로 법률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맡기고 있다는 것은 이전에는 검사가 수행했던 수사지휘 기능을 내부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경찰 내부 조직에 맡기는 것보다는, 다른 기관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검찰의 직접수사(특히 ‘특수수사’)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수검사가 수사까지 직접 담당하면 수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누구도 제동을 걸기힘달다는 점 때문이다. 검사가 사법경찰관 역할을 하면 ‘검사의 검사’ 역할을 맡아 사법적 통제를 할 사람이 없다는 논리다. 경찰 내부적으로 구성한 법률팀이 수사 과정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맡는다면 이 역시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라는 관점에서는 후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동안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가 문제가 된 것은 경찰이 검사에 대해 수사할 때 검사가 수사지휘 기능 등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면 경찰이 검사를 수사할 때는 관할 검찰청이 아니라 대검 감찰본부나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의 수사지휘만 받게 하는 대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징계 시도에서 보듯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의지만 있다면 외부인사 중 임용하는 법무부 감찰관이나 대검 감찰부장의 경우 검찰 조직으로부터 독립되어 업무를 처리할 만한 인사를 임명할 수 있다.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사법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현 정부 검찰개혁의 핵심 테마 중 하나인 ‘견제와 균형’의 관점에서 보나, 국민 전체의 공익의 관점에서 보나 이로운 점이 해로운 점보다 많다. 수사지휘라는 명칭이 시대착오적이라면 이름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른바 ‘복종 의무’는 법령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검찰이 경찰의 업무에 대해서 사법적 검토와 통제를 하는 것이 상하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업팀이나 재무팀의 업무에 대해서 컴플라이언스팀이 통제한다고 해서 컴플라이언스팀원이 재무팀 사원보다 윗사람인 건 아니지 않나?

시대착오적인 기관 간 권력 경쟁이나, 상하 관계 다툼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공동체 내부의 범죄를 척결한다는 공통의 목적 그리고 수사 기관의 권한 행사에 대한 감시라는 공익의 관점에서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