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기자단 문제: 잘못된 분석과 합리적 대안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내 생각부터 제시하겠다.

  • 기자단 체제가 없어지고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언론사 등록제로 전환된다면 이른바 ‘유력 언론사’ 또는 ‘대형 언론사’의 상대적 우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이미 법조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나 같은 기자는 기자단 체제가 없어진다면 상대적 우위가 더욱 커질 것이다.)
  • 하지만 공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지금보다 (평등하게) 후퇴할 것이다.
  • 주요 취재원에 대한 기자의 종속성, 이른바 ‘유착’의 가능성 역시 커질 것이다.

이와 같은 결론은 ‘법조기자단’이 ‘검언유착’의 근원지이며, 공익적 저널리즘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유를 이제부터 설명해보겠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말하자면 기자단 체제를 없애고 등록제로 바꾸는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해서, 현재의 기자단 체제에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공공기관의 업무에 대한 접근권’이라는 한정된 재화의 배분이 기자들이 구성한 임의단체에 맡겨져 있는 구조가 불평등하다는 지적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를 해체하고 등록제로 전화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대안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대안에 대해선 글 말미에 언급하도록 하겠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시사인과 미디어오늘에 게재된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의 글을 살펴보겠다. 시사인에는 2021년 1월 5일자에, 미디어오늘에는 1월 9일자에 실린 “기자가 기자를 제한하고 공공기관은 언론사 차별하는 나라”라는 글이다.

– 기자가 기자를 제한하고 공공기관은 언론사 차별하는 나라 (손가영 기자, 미디어오늘, 2021년 1월 9일)

이 글의 도입부에서 손가영 기자는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당시의 취재 경험을 소개한다. 법조기자단 간사가 임대료를 낸 매체만 브리핑룸과 상주 기자실을 쓸 수 있다며 미디어오늘 기자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이 애초에는 상주기자실에 등록된 매체들 상대로만 문자 메시지 공보 등을 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차별이 억울했던 비기자단 기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제2기자단’이란 임의 명칭 아래 모였고, 창구를 일원화한 후에 겨우 공식 일정 통지라도 받을 수 있었다고 손 기자는 밝혔다.

손 기자는 아마 법조기자단 체제의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사례를 글을 첫머리에 소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법조기자단 체제가 없을 때도 이른바 ‘비유력매체’ 또는 ‘소형 매체’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보여준 실제 사례에 해당한다.

‘기자단’이란 조직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언론사들이 모여서 결성한 ‘조합’의 성격을 가진 임의단체이다.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당시 기존 법조기자단에 소속된 언론사들은 국정농단 특검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상주기자실 공간을 별도의 계약을 통해 임차했다 (상주기자실 공간 일부를 브리핑룸으로 썼다). 건물주는 특검과 관련 없는 인물이었다.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언론사들이 결성한 임의단체가 구성원들로부터 추가 회비를 걷어서, 공공기관이 입주한 층과 별도의 층에, 별도의 계약을 통해 사무공간을 빌린 전적으로 사적인 행위다. 여기에 어떤 회사를 포함시키고, 어떤 회사를 포함시키지 않을지는 당연히 전적으로 구성원들이 판단할 몫이다.

그럼 이 ‘조합’에 끼지 못한 언론사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 손가영 기자의 글에도 나오지만 기존의 ‘조합’에 끼지 못한 언론사들은 또 다른 ‘조합’, 이른바 ‘제2기자단’을 결성했다 .(별도의 사무공간을 빌렸는지는 모르겠다.) 특정 공공기관 취재라는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업무 편의를 위해서 결성한 모임이 2개가 된 것이다.

손 기자는 ‘제1기자단’과 ‘제2기자단’ 사이의 차별이 존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실제로 당시 특검은 이른바 ‘제1기자단’이 사용하는 공간에 와서 거의 매일 정례 브리핑을 했다. 그런데 이것은 기자단이 정한 것이 아니라 특검이 결정한 것이다. 어느 곳에서 브리핑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지 특검이 스스로 판단한 끝에 이른바 ‘제1기자단’이 있는 곳에 가서 브리핑을 한 것이다. 특검 입장에서는 사회적 영향력이 더 큰 매체들이 모여 있고, 소속된 언론사 수도 더 많은 곳에 가서 브리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른바 ‘제1기자단’이 제2기자단에 가서 브링핑 하지 말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

물론 특검이 자체적으로 브리핑룸을 마련해 모든 매체가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문자 메시지 풀 등도 모두 오픈카톡방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면 제1기자단과 제2기자단을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특검은 업무 공간 여유가 없었고, 설사 일부 여유가 있었다고 해도 당시 500명 이상의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특검을 취재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정도 수의 기자들을 모아놓을 만한 거대한 브리핑룸을 만드는 것은 다른 대형 공공기관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자 메시지 풀 등은 실제로 나중에 제1기자단과 제2기자단의 차별이 없어진 것으로 안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법조기자단’이 공공기관에 대한 우선적 접근권, 쉽게 말해서 공공기관 내부의 상주 공간 점유권을 잃고, 모든 언론사가 평등하게 공공기관에 대한 상당한 접근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해서, 이른바 ‘차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점을 2017년 국정농단 특검의 사례가 보여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해보자. 지금 ‘법조기자단’ 소속 기자들은 공공기관 내 상주기자실 등에 대한 출입 허가라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내부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기자실을 폐쇄하거나, 모든 매체가 접근할 수 있는 등록제로 전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이른바 ‘유력 언론사’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비슷한 상황의 언론사들끼리 연합해서 공공기관 외부에 별도의 업무공간을 임차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기자실 간사에 해당하는 ‘조합의 대표자’ 성격의 기자를 정하게 될 것이고, 법조와 관련된 공공기관의 공보 담당자들은 ‘유력 언론사들의 모임’의 간사에 해당하는 기자를 유력한 정보 공개 창구로 삼게 될 것이다. 물론 문자 메시지나 보도자료와 같은 공식적 형식의 자료 제공은 평등하게 이뤄지겠지만, 공보 업무나 언론에 대한 정보제공 중 정말 중요한 것은 오히려 ‘유력 언론사들 모임’의 간사를 핵심적 창구로 삼게 될 것이다. 이 유력 언론사 모임은 법조기자단을 모태로 하지도 않고, 공공기관 공간에 대한 점유도 없는 완전히 사적인 임의조직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은 지금의 기자단보다 당연히 훨씬 높아질 것이다. (영향력의 범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회원을 받을 것이다.)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때보다도 오히려 ‘유력 매체’와 ‘비유력 매체’의 차별은 더욱 커질 것이란 뜻이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면 지금보다 어떤 점이 나빠지는가? 공공기관의 업무에 대한 접근권이 평등하게 악화된다. 비유를 통해 설명해보겠다.

어떤 사람이 문화재에 해당하는 고택(옛날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은 처음에는 고미술을 전공한 대학교수들을 상대로만 자신이 소유한 고택의 제한된 영역을 공개했다. 그런데 대학교수들만 접근하는 것이 불평등하다며 모든 사람에게 문화재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평등권의 입장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사람은 예전에 대학교수들에게 허용했던 정도의 접근권을 계속 보장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없다. 평등하게 모든 접근을 거부하거나, 과거보다 훨씬 더 제한된 영역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할 것이다.

이 일화는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절차나 업무가 비공개되는 공공기관에 대한 접근권을 둘러싼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국회와 같이 거의 모든 절차가 공개되는 곳과는 성격이 다르다). 뒤에도 다시 한번 지적하겠지만 평등과 차별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현재의 기자단 체제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평등권을 정확하게 보장하기 위해 거의 모든 매체의 접근을 보장하는 ‘등록제’를 도입하면, 앞서 말했던 ‘고택의 경우’와 마찬가지 일이 벌어진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기자들이 기자단 체제에서 일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업무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적이나마 확보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법원이나 검찰의 청사 내부에 대한 접근권, 상대적으로 민감한 정보에 대한 설명 등이다. (솔직히 말하면 기자단 소속 인원이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늘어나면서, 실질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일부 법정 방청석에 대한 우선적 접근권과 공공기관 청사 내부에 대한 제한적 접근권 정도라고 본다. 판결문 우선 제공의 문제도 있는데, 이 글에서는 길게 이야기하지는 못하겠지만 판결문 우선 제공 관행 같은 경우는 판결문 공개 전면 확대와 함께 없어져야 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원하면 누구나 받아주는 ‘등록제’를 도입한다면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언론사들에 내워줬던 정보 또는 공간에 대한 접근권을 대폭 줄여버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일부 법정 방청석에 대한 우선적 접근권이다. 지금은 주요 재판의 경우 법원을 담당하는 40여개 매체가 소속된 기자단에 5~6석 정도가 우선적으로 배정되고, 기자단에 소속된 40여개 회사가 제비뽑기를 해서 방청할 언론사를 정한 뒤, 자리를 배정받은 언론사들이 재판 내용을 기록해 기자단 소속 다른 기자들과 공유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판장이 노트북 사용을 허가하면 이 자리에서는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재판장은 노트북 사용을 허가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완전 등록제로 바뀌면 법원에서는 기자단을 상대로한 일부 방청석 우선 배정 같은 관행은 없앨 것이다. 기자단이 아니라 ‘전체 언론사’ 상대로 5~6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 운영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5~6석을 미디어오늘이나 미디어스가 아니라 비상식적인 유튜버나 보도에는 뜻이 없지만 사적 이익을 위해 언론사 등록을 유지하고 있는 어떤 인물이 차지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런 재판은 안 보면 그만이라고? 그 재판이 조국 전 장관 재판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같이 국민적 관심이 크고 공적인 보도 이유가 분명한 재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언론사는 걸러내자? 그렇게 되면 애초에 등록제라는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닌가? 또 그 기준을 마련하는 일과 심사는 누가 담당할 것인가? (기준과 심사 절차에 대해서는 글 말미에 다시 논의하겠다.)

지금까지 본 것과 같이 현행 ‘법조기자단’ 체제가 없어지면 공공기관 내부 또는 업무에 대한 접근권은 평등하게 악화될 것이고, 함께 기자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어느 정도 보완되는 이른바 ‘유력매체’와 ‘비유력매체’의 정보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기자단에 속해 있지 않은 ‘비유력매체’ 역시 기존 기자단 소속 ‘비유력매체’와의 차이는 줄어들지 몰라도 ‘유력매체’와의 차이는 더욱 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기자단 체제가 없어지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이른바 취재원과 기자 사이의 ‘유착’이나, 특정 취재원 또는 세력에 대한 ‘편향’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검언유착’이 법조기자단 때문이라는 [PD수첩] 등의 주장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단 체제가 없어지면 오히려 특정 취재원 또는 세력에 대한 편향성, [PD수첩]이 쓴 용어대로라면 ‘유착’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것에는 [PD수첩]의 주장과 달리 실질적인 근거가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법조기자단’은 기자단 체제라는 울타리 때문에 공공기관의 업무나 공간에 대한 제한적 접근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기자단 체제가 없어지고 정보에 대한 공식적 접근권 자체가 평등하게 악화되면, 기자단 체제에서는 기자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당연하게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가 갑자기 치열한 노력 끝에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되어 버린다. 다시 말해, 기자를 상대로 한 취재원의 정보 통제권이 지금보다도 강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이른바 ‘유력 언론사’는 별도의 임의 조직 결성 등을 통해 과거에 가지고 있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여기에 끼지 못한 언론사들의 접근권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기자들은 정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취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는 검찰이 통제하는 기소 이전의 피의사실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소 이후 시점에서 공소사실, 법원에서 재판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 등 과거의 기자단 체제에서는 쉽게 획득할 수 있었던 정보 하나하나가 기자들을 상대로 취재원이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특정 취재원 또는 기관에 대한 기자들의 편향적 태도 또는 ‘유착’이 구조적으로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이른바 ‘피의사실 공표’ 문제도 기자단 체제와 관련이 없다. 오히려 기자단 체제가 없으면 피의사실 공표는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이런 점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실제 사례가 국회다. 국회에는 이른바 ‘출입기자단’이 사실상 없다. 기자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를 담당하는 기자, 특히 대부분 정당을 담당하는 기자들의 취재원과의 ‘유착’이나 ‘편향성’이 법조기자들보다 덜한가? 그렇지 않다. 정치부 정당 출입 기자들과 국회의원 또는 보좌진의 ([PD수첩] 식으로 말하자면) ‘유착’은 법조기자단 소속 기자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정도가 더하다. 물론 이런 관계를 ‘유착’이라고 표현하난 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자단이 없는데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권이야 말로 특정 취재원이 기자를 상대로 정보를 더욱 확실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취재원이 정보에 대한 더욱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곳일수록 그 곳을 상시적으로 취재하는 기자가 취재원과 이른바 ‘유착’될 구조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렇다고 내가 국회에도 기자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단 체제로 일정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받는 상태에서는 취재원의 재량권이 (극히 일부지만) 상대적으로는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법조기자단이 없어지면 바로 국회와 같은 상황이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유착’이나 ‘편향성’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방법인가? 지금 국회나 정당에서는 특정 취재원이 특정 매체를 상대로 정보를 ‘흘려주고’, 특정 취재원과 특정 매체 또는 기자들이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맺는 일이 없나?

이렇게 말하면 특정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상시 취재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특정 분야를 취재하는 것을 의미할 뿐 특정 기관을 출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미국의 비트(beat) 저널리즘은 우리나라의 출입처 제도와 다르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팩(pack) 취재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도 백악관이나 대선 캠프, 의회, 국방부, 국무부, 대법원 등에는 이 기관들을 상시적으로 담당하는 기자들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국민 전체의 삶에 심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공기관의 경우 상시적 취재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검찰을 상시적으로 취재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유한 관행이고 없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검찰의 사회적 영향력이 사라지면 이곳을 상시 취재하는 기자는 당연히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 또는 전직 대통령의 직계 가족이 기소되는 나라에서라면 검찰을 기자들이 상시적으로 취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에 힘을 빼고 그 기능을 공수처에 맡긴다면 공수처를 상시적으로 취재하게 될 것이다. 검찰을 상시 취재하는 것은 나쁘지만 공수처는 괜찮은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렇다면 현행 기자단 체제는 문제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평등과 차별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 업무에 또는 공공기관 공간에 대한 우선적 접근권을 왜 기자단이라는 조합적 성격의 임의단체가 보유하고 있느냐는 문제다. 아주 단순화시켜서 말한다면, 왜 공공기관 내부에 기자단이라는 임의단체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일리가 있는 문제제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언론사가 평등하게 등록하는 ‘브리핑실을 전제로 한 등록제’로 전화할 경우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한 줄로 요약하면 정보 접근권의 평등한 질적 악화와 그로 인한 감시 기능의 후퇴와 ‘유착’의 심화다.

대안은 무엇일가? 현행 법조기자단 체제를 양적으로나 구조적으로는 유지하되, 기자단 진입에 대한 심사를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형식으로 바꾸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존 기자단 소속 기자 1명, 법원 관계자 1명, 언론 관련 전문가 1명, 배심원 풀에 해당하는 일반 시민 1명‘ 정도로 구성된 ‘법원 취재 허가 심사위원회(가칭)’ 등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자단 체제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정보 접근권의 평등한 악화와 그로 인한 ‘유착’ 문제 심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법조기자단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법조기자단에 소속된 언론사들이나 기자들도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PD수첩]에 나오는 ‘법조 브로커 기자’는 [PD수첩] 주장대로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다면 반드시 형사고발된 후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PD수첩]은 몇 번이나 촉구했는데도 이 사람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법조기자단의 모든 행위가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거나, 법조기자들은 모두 편향적으로 검찰(이나 법원) 편을 든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보는 나쁜 결론을 부추긴다. 특히 여러 기자단 중에 법조기자단에 대한 비난이 커지는 시점이 – 일관되게 기자단 체제를 비판했던 분들의 태도와는 별개로 – 특정 정치 세력의 유불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주장의 신뢰성을 더욱 떨어뜨린다.

(첨언하자면, 40여개 매체의 260여명로 구성된 기자단이 ‘담합’을 하기 때문에 ‘유착’이 벌어진다는 잘못된 분석도 정파적 시각의 반영으로 보인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언론계 선배 중에는 ‘기자실에서 고스톱 치던 시절’을 상상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은 기자실에서 전화만 받아도 나가서 받으라는 눈총을 받아야 하는 시대다. 적어도 지금의 법조 관련 공공기관 기자실은 ‘클럽하우스’보다는 ‘대형 독서실’에 훨씬 가깝다.)

긴 글을 여기까지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이 글이 법조기자단 문제와 이른바 ‘공공기관 출입’ 과 관련된 논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글은 내가 소속된 회사의 입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