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보도의 진실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이 발행하는 계간지 [관훈저널]에서 조국 사태 관련 보도에 대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서 나온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감가는 대목이 많았다.

좌담회에서 오간 주장에 대해서 평가하기 전에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보자. 너무나 많은 허위선동과 마타도어 때문에 이제는 기억 자체가 조작될 지경에 이른 ‘검찰 수사기 시작되기 이전의 조국 사태의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스타이자, 얼마 전까지 대중적인 반일 드라이브를 이끌었다시피 했던 인물이, 여러 사람의 우려를 무릅쓰고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직행했다.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후에는 페이스북에 ‘대선-진로-좋은데이’라는 소주병을 나란히 세워놓은 사진을 올려 대선 출마 의지를 시사했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대중적 인지도와 주목도가 높았던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다.

다른 모든 공직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이 사람 역시 개인의 신상과 재산 관련 자료를 인사청문회를 위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자료 등에 근거해 언론이 자체적으로 취재를 시작하니 여러 가지 의혹이 드러났다.

5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이 사람의 딸이 특혜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여러 차례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고등학생 때 이미 정식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 사람의 아버지가 설립했고 이 사람도 한때 법인 이사로 근무했으며 지금도 이 사람의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 법인과 관련해서는 이 사람의 동생이 거액의 채무면탈과 채권 확보를 위해 위장이혼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사람의 부인과 아들-딸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와 관련한 여러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운용사의 실소유주가 이 사람의 5촌 조카라는 의혹에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이 사람은 공식석상에서 사실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점이 탄로났다.

굵직한 것만 언급해도 이 만큼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는 모두 검찰 수사 이전까지 언론이 자체적으로 취재해 보도한 의혹들이다. 게다가 위에 언급된 의혹들은 검찰 수사 이후 사실로 확인됐거나 사실에 가까운 일로 판단됐다. 법원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유지됐다. 역시 검찰 수사 이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런 보도가 나오고 있을 때 후보자의 부인은 차명 금융 거래를 위해 명의를 제공한 자신의 동생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사모펀드 운용사 측에 지시한 상태이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조국을 둘러싼 상황이 이러했다. 그럼에도 언론이 조국 이슈를 집중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의무를 방기했다고 비판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조국 관련 보도량이 과도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인용하는 수치는 하나 같이 엄청나게 부풀려진 것이지만 (예를 들어 국회에서 이철희 당시 의원이 인용했던 수치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관련 보도량이 많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참고] 조국 보도 관련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점을 팩트체크한 기사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조국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의 절반, 아니 1/4 정도만 불거졌다고 하더라도 ‘조국 사태 이전’까지의 공직 후보자였다면 자진 사퇴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의 안대희 총리 후보자나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운동선수나 방송인도 저 정도의 사실이 밝혀지면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런데 통상적 윤리적 기준에 비춰볼 때 당연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이 물러나지 않으면서 오히려 세를 결집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공격하고, 거짓말로 추정되는 억지 주장을 이어간다면 보도량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경우 보도량이 줄어들거나 보도의 수준이 낮아지는 걸 본 적이 있나?

사실을 비틀고, 프레임을 짜고, 선동하고, 새빨간 거짓말까지도 서슴지 않으면서 자기 할 일을 한 사람들을 공격한 자들이 있다. 권력의 부스러기에 집착해 영혼을 값싸게 팔아넘긴 (유사)언론인들, 변호사들, 교수들, 정치인들, 어떤 판사, 그리고 몇 몇 검사들, 당신들은 반드시 당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