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사건 – 택시기사 최초진술과 현장 경찰 보고의 의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과 경찰의 내사종결 논란에 대해 의미 있는 추가 보도가 있어서 분석해 본다.

이 보도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1. 택시기사의 최초 진술에 따르면, 이용구는 11월 6일 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명백히 운행 중인 상황에서 택시 뒷문을 한 차례 열었다 닫았고, 택시 기사가 “손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자 욕설을 했다고 한다.
  2. 택시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은 이 사건을 특가법 대상이라고 보고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두 가지 핵심 내용이 사실인지는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두 가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요한 의미가 있다.

택시기사의 최초 진술에 따르면 이용구는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기사의 목덜미 쪽에 물리적 위력을 가하기 이전부터 명백히 운행 중인 상황에서 운전을 방해하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 이를 제지하려는 택시 기사에게 욕설도 했다고 한다.

이는 하차 상황에서 택시기사에서 물리력을 행사한 이용구의 행위가 “운행 중”인 운전기사에 대한 폭행, 즉 특가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택시기사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과장되게 말했다며 진술을 바꿨지만, 중요한 것은 택시기사가 진술을 바꾸기 이전까지 경찰은 이용구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보도의 두 번째 내용에 따르면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 역시 택시기사의 최초 진술 등에 근거해 이용구의 행위가 특가법 대상이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택시기사는 최초 진술을 이후 번복했지만, 적어도 택시기사가 진술을 번복하기 전까지 경찰은 마땅히 이용구를 특가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경찰은 특가법 위반 정황을 보다 명백하게 보여주는 택시기사의 최초 진술을 확보하고, 출동한 경찰관의 특가법 대상이라는 의견을 받아놓고도 어찌된 일인지 이용구를 형사입건하지 않고 기다려줬다. 심지어 – 역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자면 – 이용구는 파출소 동행을 거부했고, 이후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낸 출석 요구도 따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1) 신고자가 맞았다고 진술하고 2)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특가법 위반 혐의 대상이라고 보고하고 3) 가해 혐의자는 파출소 동행을 거부하고 4) 출석하라고 다시 요구하는데도 무시하는데 단순폭행죄가 됐든 특가법이됐든 아예 ‘형사입건’조차하지 않고, 혹시나 피해자가 마음을 바꿔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힐 가능성을 감안해 기다려주는 경우가 있나? 그러다가 피해자가 사흘 뒤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자 검사에게 송치도 하지 않고 경찰이 스스로 판례 검토를 해서 ‘내사종결’해주는 것이 정상적인 업무 처리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이 사건과 관련한 의문점을 푸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사건이 발생한 11월 6일 밤부터 택기기사가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11월 9일 사이에 이용구 차관이 누구와 연락을 했는지, 그리고 이용구 측의 연락을 받은 사람이 청와대나 여당 또는 행정안전부나 경찰 쪽에 연락을 취했는지, 이 사건의 지휘계통에 있던 경찰 간부들이 당시 누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는지 확인하면 된다.

상식적으로 –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 형사법과 수사 과정에 대해 일반인보다 훨씬 정통한 이용구 변호사가 사건 발생 당일에 파출소 출석을 거부하고, 이후 경찰의 출석 요구도 무시하면서 경찰 수사와 관련해 아무런 대비도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용구 차관 입장에선 출석 요구 문자 메시지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용구 차관이 과연 이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리고 그 활동에 위법적인 행위나 특혜를 받기 위한 행위가 포함돼 있지 않은지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용구가 피해자와 합의할 때까지 (입건하지 말고) 기다려달라’라는 취지의 요청이 경찰에 들어온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보는 작업이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해 보인다.

참고로 당시 이용구 차관은 청와대와 여당이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는 월성원전 폐쇄 관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11월 6일은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폐쇄 사건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로 다음날이기도 했다.

이용구 차관은 지난 12월 21일 이 사건에 대해 네 줄짜리 간단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제 사안은 경찰에서 검토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혹시라도 사건을 경찰에서 검토해야만 한다는 의미는 아니기를 바란다. 아니면 어차피 새로 제정된 수사준칙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니 며칠만 더 버티면 경찰이 이 사건을 형사입건하더라도 1차적 수사 종결권에 따라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문장은 아니기를 희망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고발장은 검찰에 접수됐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지휘라인은이용구 차관과 가까운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과 추미애 장관의 측근으로 평가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두 사람은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지 않은 몇 안되는 검찰 고위간부이기도 하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