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공개’ 가짜뉴스 확산: 세 번째 팩트체크

미국에서 형사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계신 분의 의견을 전한다며 교묘하게 사실을 호도하는 글이 널리 유포되고 있다고 해서, ‘미국의 공소장 공개’에 대해서 한 번만 더 팩트체크 글을 올립니다.

문제의 글에 나오는 화자는 “미국에서도 1회 공판기일이 열리면 공소장을 공개”한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SBS 기사에 대해 “SBS의 보도는 “기소”와 “공소장”이란 개념을 잘못 이해해서 벌어진 오보입니다. 한국 형사소송법에서 “기소”와 “공소장”이란 개념이 미국 형사절차에서 어떤 절차에 대입되는지를 알지못해 발생한 것입니다.”라고 주장합니다.

미국 연방 형사사법체계에서는 검사가 경범죄(misdemeanor, 보통 법정형이 징역 1년 이하인 경범죄)의 경우 기소할 때 complaint를 법원에 접수하고, 중범죄(felony)의 경우 대배심(grand jury)을 열어서 심의 결과 기소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indictment를 법원에 제출해 기소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 UCLA 로스쿨에서 J.D.를 받은 고려대 박경신 교수님도 제 페이스북에 단 댓글에서 “연방기준으로 보자면 complaint는 그거 자체가 공소장이라기 보다는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경찰관이 법원에 제출하는 공증된 진술서인데 misdemeanor의 경우 공소장으로 인정해주는 겁니다.”라고 부연 설명해주셨습니다.

문제의 페이스북 글의 화자도 이런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듯 한데도 “한국 형사소송법에서 공소장이란 수사가 종결된 후 검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가장 첫 문서로(신동운, “형사소송법” 제4판 350쪽)로 이는 미국의 Complaint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라며 complaint가 한국 형사사법 체계에서 공소장이고 indictment는 한국의 공소장에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설명한 내용을 보면 쉽게 알수 있듯이 complaint는 경범죄의 경우에 공소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문서, 넓게 봐서 공소장으로 번역될 수 있는 문서이고, indictment는 중범죄의 공소장입니다. 쉽게 말해 미국 연방법에서 경범죄는 complaint가 공소장(공소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문서), 중범죄는 indictment가 공소장인 것입니다.

문제의 페이스북 글의 화자는 “만약 SBS의 해석대로 indictment(직역하면 기소입니다만)를 ‘공소장’으로 해석한다면, 축하드립니다. 이제 무소불위의 대한민국 검찰청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검찰 개혁이 아름답게 완성됩니다.”라고 비꼬듯이 말씀하셨는데, 저는 왜 이 말이 비꼬는 말이 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검사가 기소 기능을 담당한 국가기관(소추기관)입니다. 미국 연방법 체계에서는 중범죄(felony)의 경우 대배심(grand jury)이 소추기관입니다. 소추기관이 법원에 기소하겠다며 보내는 서류가 공소장이니, 한국에서는 검사가 기소하면서 법원에 접수한 서류가 ‘공소장’이고, 미국 연방 형사사법체계에서는 대배심(grand jury)이 검사의 설명 등을 듣고 기소를 결정해서 법원에 접수하는 서류인 indictment가 (중범죄의 경우) ‘공소장’인 것입니다.

[** 다만 ‘편견 없는 시민들 (impartial citizens)’로 사건이 있을 때 소집돼 구성되는 대배심이 우리나라 검사처럼 증거를 수집한다거나 정밀하게 법률적 의견을 검토하는 기관은 당연히 아닙니다. 검사가 수집한 증거와 검토한 법률적 의견을 대배심 앞에 제시하면, 대배심이 증인에게 직접 증언을 보는 절차 등을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다만, 대배심이 검사 의견대로 기소하는 비율이 너무 높아 미국에서도 일각에서는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문제의 페이스북 글 화자는 “축하드립니다. 무소불위의 대한민국 검찰청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검찰개혁이 아름답게 완성됩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누가 어떤 이유로 축하를 받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륙법계와 미국법의 차이가 있지만, 대배심(grand jury)은 검찰 기소권 통제를 위해 진지하게 도입을 고민해볼만 한 방안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최근 검찰개혁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그런 의견을 내는 분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근본적 개혁’을 막기 위한 친검찰 학자들의 꼼수 정도로 폄하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의 페이스북 글 화자는 저를 포함한 법조 기자는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너의 논리대로라면 검찰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축하한다.’라고 이죽거린 것 같은데, 검찰개혁에 반대하지도 않고 검찰의 기소권에 대한 통제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영논리에 지나치게 빠진 나머지 ‘상상 속의 적’과 싸우고 계신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또 하나, 문제의 페이스북 글의 화자는 “법무부 법무실장은 “배심 재판에서 공소사실 요지가 진술된 이후에야 공소장이 공개된다”라고 설명하였는데, 대배심원단 절차를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는 “배심 재판”이란 용어 사용은 옳지 않으며 “대배심 절차” grand jury proceedings가 옳은 용어입니다만)”라며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이 2월 6일에 기자들에게 한 말이 사실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글의 화자 역시 지적하고 있듯이 “대배심 재판”이 아니라 “대배심 절차”이며 따라서 마치 미국 역시 법원의 공판 절차가 시작된 이후에 공소장을 공개한다는 취지였던 이용구 법무실장의 발연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심지어 법무부는 이용구 실장과 추미애 장관의 발언(“미국에서도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면 공소장 공개”)이 나온 하루 뒤에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 “공개된 법정의 재판절차를 통해서만 형사사건의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중략)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더욱 큰 중요성을 가진다는 측면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즉, 이용구 실장 또는 법무부는 “대배심 절차”를 거쳐 공개된 것은 “공개된 법정의 재판절차”를 거쳐 공개된 것처럼 인식되도록 주장한 것입니다.

글 쓴 분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대배심(grand jury)은 공개된 절차가 아니며, 재판 절차로 볼 수도 없습니다. “공개된 법정의 재판절차”에는 어느 측면도 들어맞지 않는 절차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용구 법무실장의 발언의 취지가 비교적 정확했다는 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문장을 쓴 점은 유감입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짧게 요약해보겠습니다

  • 미국 연방 형사사법체계에서는 중범죄(felony)의 경우 검사의 설명을 들은 뒤 대배심이 발행하는 indictment가 ‘공소장’이다.
  • 미국에서 공소장(indictment)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곧바로 공개된다
  • 한국에서는 검사가 소추기관, 미국에서는 중범죄의 경우 대배심이 소추기관이다.
  • 대륙법과 미국법의 체계 자체가 다르지만, 검사의 기소권 통제를 위해 대배심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다는 주장은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 법조 담당 기자는 검찰 편이라는 전제 하에 ‘네 의견 대로라면 검사의 기소권을 통제하자는 이야기다.’라고 비꼬는 것은 ‘상상 속의 적’과 싸우는 일이다
  • 대배심은 공개된 절차도 아니고 정식 재판으로 볼 수도 없다. 이용구 법무실장 또는 법무부의 설명 취지는 잘못됐다.

이상입니다.

아래는 문제의 페이스북 글 원문이라고 제가 전달받은 것입니다. 저한테 캡처 사진도 있는데, 아래 전재하는 것이 좀 더 수정된 버전인 것 같아서, 아래 글로 전재합니다. 위에 제가 쓴 글과 비교해보시면 읽는 분들이 공정하게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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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의 페이스북 글 전문 인용 –

현재 미국에서 형사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계신분이(미국 변호사 라이센스만 가진채 한국에서 일하는 분이 아니라 현직 미 형사 변호사), 미국의 공소장 공개제도에 대한 SBS의 보도를 보고 분개하셔서 저에게 미국 형사제도와 공소장 공개에 대해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허락을 받아 여러분에게 공유합니다.

“미국 연방검찰이 지난해 12월 20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업가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오늘 공소장이 공개” 됐다고 밝혔는데 인터넷에 있는 공소장을 확인해보니 기소된 날짜는 12월 19일이었습니다. 기소된 지 하루 만에 공소장이 공개된 겁니다.” 2020년 2월 6일자 SBS의 보도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0790896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미국은 공판 이후 공소장을 공개한다”라고 하는 발언을 비판하면서 나온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법무부 장관이 미국의 기소 절차를 왜곡해서 설명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SBS의 보도는 “기소”와 “공소장”이란 개념을 잘못 이해해서 벌어진 오보입니다.

한국 형사소송법에서 “기소”와 “공소장”이란 개념이 미국 형사절차에서 어떤 절차에 대입되는지를 알지못해 발생한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일단 미국의 ‘기소(prosecution)’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부터 살펴 봅시다. SBS보도에 따라 연방 검찰(미국에는 검찰청이란 외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연방법무부’가 옳은 표현입니다만)의 기소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연방 형사소송 규칙(Federal Rules of Criminal Procedure)에 설명돼 있습니다. .

연방 검사가 범죄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기소를 하면 Complaint를 법원에 접수하거나 (Fed. R. Crim. P. 3), 대배심원단 (Grand Jury)를 소집합니다. (Fed. R. Crim. P. 6).

※ 연방법에서 중범죄 (felony)의 경우에는 (피고가 대배심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대배심을 거치게 되어있기 때문에, 중범죄의 경우 complaint를 접수한 뒤 grand jury 절차를 거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대배심원단은 판사도, 피고도 부르지 않은 채 오직 검사만 불러 범죄사실에 대해 묻습니다. 검사와 함께 증인(주로 직접 수사를 담당한 경찰입니다)을 심문하고 검사는 대배심원단에게 범죄사실이 성립됨을 소명합니다.

대배심원단이 검사의 소명에 수긍할 경우 대배심원단은 indictment라는 문서를 발행하고, 이 순간부터 형사소송이 공개됩니다. 그리고, 일반 대중에 사건이 공개되는 것은 바로 이 indictment라는 문서부터 입니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complaint도 공소장, indictment도 공소장이라고 나옵니다. 그러나 한국 형사소송법에서 공소장이란 수사가 종결된 후 검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가장 첫 문서로(신동운, “형사소송법” 제4판 350쪽)로 이는 미국의 Complaint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이 문서는 미국 연방 형사 절차상 당연히 영원히 비공개입니다. 이 문서에 담겨있는 사실관계는 이후에 공개될 indictment에 담겨지게 되긴 합니다만

법무부 법무실장은 “배심 재판에서 공소사실 요지가 진술된 이후에야 공소장이 공개된다”라고 설명하였는데, 대배심원단 절차를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는 “배심 재판”이란 용어 사용은 옳지 않으며 “대배심 절차” grand jury proceedings가 옳은 용어입니다만)

만약 SBS의 해석대로 indictment(직역하면 기소입니다만)를 ‘공소장’으로 해석한다면, 축하드립니다. 이제 무소불위의 대한민국 검찰청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검찰 개혁이 아름답게 완성됩니다.

indictment의 발행 주체는 검찰이 아니라 대배심원단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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